한국에서 캐나다 시골로 주거를 이동 한지도 반년이 다 되어 간다.
오늘은 그동안 내 안에서 관찰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라를 이동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평생 나를 힘들게 했던 욕구들이 사라질지 생각도 못 했다.
그럼 어떤 욕구들이 사라졌을까?
첫 번째로는 식욕이 없어졌다.
식욕이 없어졌다면 다이어트가 되겠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살이 빠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서 매 끼니 마다 고민하고 걱정했고 인터넷을 보면서 식당 정보를 저장해 놓는 것이 낙이었다.
강릉으로 놀러 간다고 하면 숙소를 정한 후 어떤 식당을 갈지 어떤 카페를 갈지, 유명한 먹을거리는 무엇인지 맛집 방문 계획표를 만들어 놓을 정도였다.
자연스레 나의 여행 루트는 식신로드처럼 먹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었는데, 캐나다 시골에는 외식 메뉴를 고르더라도 피자, 햄버거, 치킨 같은 한정되어 있기에 또한 그것들을 좋아하지는 않기에 집밥이 우선시 되어버렸다. 집에서 밥을 하는 주부는 다들 공감할 만한 문제지만, 하루 세끼 밥 차리기는 상당히 귀찮다.
그래서 외국인이 먹는 것처럼 대충 먹기 시작했다.
아침은 월, 수, 금 샌드위치, 화요일은 김밥, 목요일은 대충 밥. 일주일에 한번은 라면.
점심은 남편의 오전 근무가 끝나는 2시에 찌개와 밥 또는 고기와 밥 정도로 먹고 메인 Dish 한 가지만 먹을 뿐 다른 반찬은 하지 않는다.
저녁은 남편이 8시~9시에 끝남으로 함께 먹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남편은 살이 빠졌지만 나는 살이 빠졌는지 아닌지는 못 느끼겠다.
대신 역류성 식도염 같은 증상이 없어졌고 몸이 더 가뿐하다.
우리는 삼시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살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된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하루에 2끼만 먹으니 음식 준비에 대한 걱정도 스트레스도 그리고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도 줄어든다.
아이들 저녁 메뉴도 우리가 점심에 먹었던 메뉴를 먹이거나 혹은 사골국에 김치, 짜장, 카레, 된장국, 김치찌개, 갈비, 고기구이, 두부 구이, 찜 닭, 생선구이, 호박전, 미역국같이 한 가지 메뉴만 준비 함으로 집안일이 간단해지고 식비도 적게 든다.
장보기 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그냥 "엄마가 해주는 것"이라고 하며 특별히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
둘째로 물욕이 없어졌다.
캐나다 시골에서 쇼핑할 곳은 Walmart , Canada Tire, Dollarama 밖에 없다.
나이키 신발을 사려고 하면 한 시간 걸리는 리자이나까지 가야 한다.
사람들도 굳이 비싸고 좋은 것을 입고 다니지 않고 심할 경우에는 낡아빠진 티셔츠와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서, 서로 입은 옷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부자동네에 살거나 아시아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 산다면 한국과 동일한 패턴으로 지낼 수도 있지만 이젠 굳이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쇼핑을 했었지?
아이들 겨울 용품 준비 중에 $200을 결제하면서 한국에서는 아이들 겨울 잠바 하나도 30만 원짜리를 사려고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1년 방한 준비를 하면서 20만 원밖에 안 든다고 웃으면서 남편에게 "내가 이전에는 미쳤었나 보다."고 말을 했다.
남편은 나를 비웃으며, "한국 가면 다시 똑같아질걸?"이라며 되받아쳤다. 나보다 나를 참 잘 안다.
왜 그렇게 돈을 썼었는지 모르겠지만 캐나다 시골에 와서는 물욕이 사라졌다.
사장님 건물에서 지내고 있어서 빨래를 할 때 세탁기, 건조기 이용 비용이 $6.5 정도 들기에 한국에서처럼 매일 빨래를 하기에는 큰돈이 들어서 아이에게 옷을 여러 번 입기를 권하고 있다.
신기한 것이 딸아이에게 학교에 똑같은 옷을 2~3일입고 가라고 해도 군말 없이 입는다.
한국에서는 매일 다른 옷을 입고 가려고 했었고 다른 옷을 사달라고 시작하는 나이었는데, 캐나다에 오니 어제 입었던 옷이라고 입기 싫다고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외모에 대해 "오늘 이 옷은 어제 옷보다 별로야." , "머리가 안 이뻐."라면서 서로 평가질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냥 이쁘다고만 한다고 한다. 평가가 없으니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른뿐만이 아닌가 보다.
마지막으로 돈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노후 준비, 의료 준비, 교육 비용 등돈에 대한 걱정을 항상 하고 살았는데, 캐나다에 오니 다음 직업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걱정이 있지만, 그 외의 비용에 대해서는 걱정이 사라졌다.
나에게 있어서는 파이어족의 마지막 퍼즐은 캐나다였다.
우리는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10~20여 년 동안 먹고 살 돈만 벌고 인생을 즐기면서 지내면 된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65세 이후부터는 정부에서 나오는 돈을 받고 저소득층 Housing 을 받으면서 봉사를 하거나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지낼 것이다. 아파도 의료비가 없어서 죽지는 않으니 기다리다가 죽거나 질병으로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서글프지는 않다.
사람의 인생을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살고 자식을 남기고 죽는 것이 인생의 한 사이클이다.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다가 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다.
왜 그렇게 특별해야 하고,
왜 그렇게 많은 것을 해야 하며,
왜 그렇게 남들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인간은 평등하지도 않다. 재능도 재력도 다 다르게 태어나는데, 평등 사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공해야 한다는 착각 속에서 참 힘들게 산다.
식욕은 질병을 낳고, 물욕은 가난을 낳고, 걱정은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불혹이 다가오는 나이, 내 인생에 이제 질병과 가난과 실패가 사라지니,
캐나다로 이민을 오니, 이렇게 큰 인생의 짐이 빠져서 몸과 마음이 가볍다.
인생이 힘들다면, 한 번쯤 사는 곳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