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캐나다에 오기 전에 지인들에게 외국은 성문화가 개방적이고 이혼과 재혼이 쉽다고 들었다.
막상 캐나다를 오니, 우리의 맨눈에는 이혼과 결혼에 대한 것이 보이지 않고 아이들이 많고 부모들 나이가 어린것만 보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캐나다 시골이라 그런지 한 집에 3~4명 아이들은 기본이다.
엄마 혼자서 키즈카페에 아이들 3명을 풀어놓고 막내 아이를 안고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한데, 막상 본인은 하나도 힘이 들지 않은 것처럼 여유롭다.
저런 여유 덕분에 아이를 4명이나 낳을 수 있는 것 같다.
캐나다에 오니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필요성이 갈수록 없어짐을 느끼면서 그리고 많은 캐나다 사람들의 집에 아이가 4명씩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하나쯤 더 낳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8살 딸아이는 내 품을 떠났고, 아직 남은 6살 아들이 품에서 비비적대고 있는 순간이 너무 귀하고 아쉬워서 아이를 더 낳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문제는 노산이다.
캐나다에서는 아이를 4명 낳으면 집도 지원을 해주고 Child benefit 이 $2,000 정도 나오기에 (남편의 소득에 따라 다르다.) 집에서 쉬고 있어도 월급만큼 나오니 3명 낳을 거면 한 명 더 추가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또 아이들 교육비가 없으니, 아이를 키우는데, 외벌이로 살아도 문제없다.
하나 더 낳을까?
진담반 농담반으로 말하지만, 둘째를 낳자마자, 나에게 셋째는 없다고 생각을 하며 남편이 정관 수술을 하고 왔기에, 다시 잇는 수술을 해야 한다. 진짜 낳으려고 한다면, 남편이 수술을 하고 와야 한다.
그냥 자연스레 생기면 낳겠지만, 큰 결심을 해야 하니,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서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서 남편에게 "한 명 더 낳을까?"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첫째가 끼어 들어서 말했다.
"아빠는 아기 못 낳잖아!
그럼 엄마가 다른 아빠를 만나야겠네!"
다른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아이가 너무 이쁘다고 하면 더 낳으라는 말을 듣기에 그때마다 정관 수술을 했다는 의미로 "우리 남편은 아기 못 낳아. "라고 말을 했었는데, 딸아이는 놀면서도 다 듣고 있었나 보다. 역시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조심해서 마셔야 한다.
아이가 말을 한 것이 참으로 웃겨서,
"엄마, 그럼 다른 아빠 데리고 와도 돼?"라고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내 친구는 엄마가 3명이고 아빠가 2명이래! 참 좋겠지?"라며, 나에게 재혼을 추천했다.
집에 텔레비전도 없고 이혼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한 적이 없으니, 딸아이는 다른 아빠가 생긴다는 것이 대 가족이 되는 것처럼 생각했나 보다.
재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없는 Grade 3인 우리 딸아이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한 것은, 캐나다 친구는 엄마 아빠가 많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자랑처럼 말하고 다닌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혼과 재혼이 안 좋은 것처럼 인식이 되어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이혼과 재혼에 대해 관대 한가보다. 어찌 생각하면, 결혼을 해서 서로 안 맞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고 서로 좋아서 결혼한 사이니, 이혼 후에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중에 하나 일뿐인데, 한국에서는 이혼과 재혼에 대해 마치 나쁜 짓을 한 것처럼 이혼녀, 이혼남, 재혼가정이라는 주홍 글씨를 찍어버린다.
배우자를 참고 사는 것이 선이고, 내 행복을 위해서 이혼을 하는 것이 악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기에, 사람들이 참고 사는 인생들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캐나다는 이혼과 재혼이 자유로운 만큼, 이혼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에게 노력하고 존중해 주는 사이로 살고 있지 않을까?
딸아이에게는 아빠가 하나 더 생기게 되면 지금의 아빠와는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절대 안 된다고 하여 이혼에 대한 개념을 어렴풋이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텔레비전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정보가 적으니, 옳다 그르다 같은 감정이 애매모호하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워낙 아이들에게 옳고 그른 것은 없고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고 그 상황에 대해 분석을 하라고 알려주니, 아이는 엄마, 아빠가 더 생긴다는 것을 삼촌과 이모가 생기는 것처럼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했나 보다. 다른 면으로 보면 본인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더 생긴다니, 이보다 좋은 일이 더 있겠는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가 걱정만 앞서고 힘들다면 캐나다 이민을 추천한다.
교육비 없고 의료비 없으니, 의식주만 해결해 주면 알아서 큰다.
아니, 의식주조차도 나라에서 지원해 준다.
이곳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면, 나도 아이 4명까지 낳았었을까?
시동생 와이프가 돈 때문에 둘째를 포기한다고 했다.
나 또한 돈 때문에 둘째를 포기하고 싶었는데, 지금 둘째를 보면서 그때의 생각을 해보면 눈물부터 난다. 돈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데, 포기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마, 셋째를 낳았었다면 셋째를 보면서 동일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세상의 어떤 행복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이를 포기하는 요즘 세대를 보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시동생 와이프에게 캐나다로 오면 지금 하고 있는 돈에 대한 고민이 80%는 해결될 것이라고 했는데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힘든가 보다. 하긴, 나도 셋째에 대해 선뜻 용기 내기가 힘든데...
나도 캐나다에 오니 마음이 편해지나 보다. 노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더 낳고 싶다.
그냥..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고 이 행복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어차피 우리는 세상에 나왔고 몇십 년 더 살다가 죽을 테니, 걱정 없는 곳을 찾아서 가서 아이를 키우며 생전 처음 느껴볼 사랑과 행복함도 느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