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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Dec 14. 2023

악플, 캐나다도서관에서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안겨 울었다

참, 글을 쓰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내 물리적 세계를 넘어선 공간으로 확장이 되기에, 평생 만날 수 없는 이탈리아에 사시는 분과도 소통하고 인도에 사시는 분과도 소통하고 내 현재 상황과 능력에서 만날 수 없는 대단하신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끌어당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끌어 당겨진다. 내 글에 대해, 본인이 더 아는 것이 많다면서 나를 깔아버리는 사람, 본인이 노력 안 하여 가난한 것에 대해 화살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유로움에 화살을 퍼붓는 사람도 만나기도 한다. 


지금은 캐나다에 이민 와서 정착하며 힘든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캐나다 정부가 도와주는지에 대해 내 생활 속에서 만나는 정보들을 나누고 있는데, 내 이런 글에 저격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Unsplash의 Jason Leung

한 사람이 아이디를 바꿔서 사용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만 소중하고 남이 본인 밑에 있는지 알고 무례하게 말을 퍼붓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도 별 타격이 없다. 귀찮을 뿐이라, 네네 하고 넘기자는 주위인데,  이번에는 머나먼 타국에서 연말을 보내서 그런 건지 갑자기 울적해졌다. 


참, 이딴 댓글 받으려고 글을 쓰고 있나...
내가 뭐 하는 짓인가...


내 공간에서 글을 쓰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각도 정리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내 인생 전반으로 도움이 된다.  
글 하나 쓰는데 몇 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는 일인데, 나에게는 이 돈도 안되는 일이 참 즐거운 취미 활동이자 여가 생활이다. 나에게 좋은 정보와 기운을 받아 간다면서 하루에 대 여섯 개가 되는 댓글들을 볼 때면, 나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하늘에서 그동안의 축복을 내려주었나 싶다. 

아이들을 도서관 프로그램에 데려다주고 난 후, 1층에서 책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마음에 동요가 있어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요새 보는 명상 프로그램에서 나의 감정에 대해 억누르지 말고 바라보라는 말이 있기에 혹시나 할 수 있을까? 하여 내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순간 "내가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해?","짜증 나","재수 없어" 같은 말들이 내 마음에서 떠올랐다.  
그 후, "힘들어,,,"라는 말이 자꾸 내 마음에서 맴돌았다.


아, 내가 힘들구나..


먼 타국까지 와서 자리 잡으려고 10평 남짓한 방 하나 짜리 집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고 그냥 힘들 때 의지할 곳은 없는 내 신세가 좀 불쌍했다.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라고 스스로 말을 하며 내 안의 어린 나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감정은 자연스레 발산이 되었고, 눈물이 마구 흘렀다.
남들이 볼까 봐 가장 구석진 자리로 옮겨 앉아서 내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홀로 나를 다독 거리고 있었는데, 책을 고르러 온 캐나다 할아버지에게 그런 내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Are you OK?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you?


조심스레 나에게 물어보는데, 괜찮다고 고맙다고 하면서 억지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감정이 조금 더 폭발했다. 할아버지는 책을 고르다가 다시 나에게로 왔다.


Do you have any problem?
Do you need money?


하하... 나에게 돈이 문제이냐는 질문에 참 감사해서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하여 할아버지의 품에서 잠시 안겨 엉엉 울었다. 
60대일까? 70대 일까? 꾀죄죄한 작업복에 거친 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나에게 이런 아빠가 왜 없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더 서럽게 울었다.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 프로그램이 끝나고 차를 타고서 가려는데, 다시 한번 괜찮냐고 확인을 하고 차를 타고 떠나셨다.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울지 말라고는 안 하셨다. 한국이었으면 울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또한 다른 사람 감정을 통제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마 나에게 적은 댓글들이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나를 하대했던 우리 엄마와 동일 시 되어서 잠시 마음속에 담고 있었었나 보다. 착한 아이 신드롬에서 벗어났던 것 같은데, 또다시 잘난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그 무례함에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나 보다.

Unsplash의 Sydney Sims

사람은 다 다르게 살아간다.

내 현실 세계에서는 무례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친절하고 이것저것 주면서 잘 해 준다.
내 운은 그들과 다르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들이 현실에서 다가온다. 
집이 없으면 집이 생기고 돈이 없으면 돈이 생기고, 외로우면 이번처럼 날 위로해 줄 친구가 생긴다.
아마 이 할아버지도, 내가 힘들어하니, 돈이 필요하면 돈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우주의 메시지를 나에게 대신 전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Unsplash의 Jennifer Marquez

나이가 나보다 많다고 잘난 것도 아니고 캐나다에 나보다 오래 살았다고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그렇구나 생각하고 그 속에 정보가 있으면 정보를 가져가고, 나쁜 점이 있으면 타산지석으로 삼고 본인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나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남을 가르치고 자신의 것이 옳다고 주장하지 말아라. 내 글 밑에서 다른 사람 댓글을 비판하고 싸우려고 들지 말아라. 듣기 싫고 질리고 역겹다. 그렇게 잘났으면 당신 자식이나 가르치길 바란다. 

Unsplash의 Jennifer Marquez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바람이 머릿속과 가슴까지 연결되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남편과 아침 산책을 하고 와서 글을 쓰며 내 마음의 이야기를 배설하니 마음이 안정된다. 
덕분에 착한 아이 신드롬에서 다시 한번 나오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고맙다. 


난, 당신이 필요도 없고요.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례한 사람,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본인의 것만 좋아 보이고 남의 것은 무시하는 사람, 접시 안의 개구리면서 본인의 경험만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의 결점을 보지 못하고 남의 결점만 보는 사람, 모든 일에 불만인 사람. 모두 자기 갈 길 가시기 바란다. 그리고 여긴 내 공간이지 당신과 감정과 시간 낭비를 하는 공간이 아니다. 

Unsplash의 Jason L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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