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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Jan 23. 2024

캐나다 겨울 차가 얼었다!
견인차 부르기!


캐나다에 오면서 첫 1년은 차를 구매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 영하 30도가 된다던데,
Garage (차고)도 없는 곳에서 차를 샀다가 추운 날씨에 차가 망가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영주권을 따기 전까지 차 없이 버텨 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곧 아이를 데리고 있는 입장에서 차가 없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중고차를 구매해서 잘 타고 다녔다. 

나에게는 왜 언제나 시트콤 같은 사건 사고가 함께하는지, 
영하 35도까지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었는데, 극심한 추위가 지나가고 다시 영하 25도로 돌아와서 이제는 힘든 고비를 넘겼나 싶은 찰나, 학교 끝나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을 모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차에 시동이 안 걸리는데 운명의 일치인지 하늘이 도와서인지, 이곳에서 만나서 알고 지내는 한국인 언니가 학교에 아들을 데리러 왔는데, 내 차를 보고 인사를 하러 바로 옆에 세웠다. 
마침 언니가 배터리 점프를 하는 집게를 가지고 있고, 나와 함께 공부를 하는 캐나다 친구가 배터리 점프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배터리 점프를 시도했다. 충전을 시작 한지 5분이 지나도 차에 시동이 안 걸려서 맥가이버라는 언니의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한지 5분도 안 돼서 시아버지가 달려왔고, 내 차 상태를 보더니 배터리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서비스센터를 가야겠다고 하며 견인차를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셨다.


한국에서도 안 불러 본 견인차를
캐나다에서 어떻게 부르지?


견인차 미션이 떨어지고 다행히 언니가 "TOWING COMPANY"를 찾아서 연락을 해보라고 알려주었다. 
한 곳에 전화를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100 가 든다고 했고, 한두 시간 후에 올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에 전화를 해보니 $80가 든다고 하고 15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럭키!
두 번째 업체에 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언니 차 안에서 견인차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곧 견인차가 도착했고, 내 차를 바로 실어서 목적지인 서비스센터까지 이동해 줄 테니,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놓으라고 했다. 즉,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럭키! 


견인차 비용이 생각보다 안 나온 이유는 이동 거리가 2KM 정도 밖에 안 돼서 인 것 같다.  작은 마을의 이점이다. 언니의 도움으로 집에 오고 난 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했다. 

내 차를 받았고, 다음날 오후에 결과를 알려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다음날, 내 차가 Frozen 해서 검사를 할 수 없으니, 또 다음날 전화를 준다고 했다. 
결국 2일 후 아침, 모든 것을 검사했는데, 이상이 없었고 배기통 쪽이 언 것 같아서 구멍을 뚫었다고 했다. 총 금액은 견인차 금액 $80, 수리 비용 $169 총 $249가 나왔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었지만 적게 나와서 다행이다.  

차가 고장 나자마자, 가까이 사는 ESL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문자가 왔다. 
얼마 전에 너무 추운 날이라 문제 생기지 않게 조심하라는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내 차가 없어진 것을 귀신같이 눈치챘나 보다. 덕분에 ESL 수업에 친구의 차를 타고 함께 참석했고, 혹시 주말에 쇼핑하기 위해서 차가 필요하거나 아이들이랑 어디 가야 하면 본인의 차를 써도 된다고 했다. 이런 감동적인 상황에 심취해서 집에 와서 남편에게 말을 하니, 남편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주말에 장 보러 갈 때 본인이 데려다주겠다고 말을 하라고 했단다. 이에 더해서 문제가 생긴 시간 내내 같이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던 한국인 언니가 차가 다 고쳐졌는지 물어보며 서비스 센터까지 데려다주겠다면서 매일 전화가 왔었다. 

Unsplash의 Hannah Busing

생전 처음 와본 아무도 모르는 캐나다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도와주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느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뿌듯함과 따듯함이 차올랐다. 우리가 이민을 갈 때 주위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을 했었는데, 그 걱정이 필요 없었을 만큼 지인을 만들었고 또 관계가 깊어져가고 있다. 


정착한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주말에 쇼핑을 하러 나가도 아는 사람을 한두 팀 만나서 인사를 하고 또 아이들과 수영장을 가도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이들도 방학 캠프를 가도 친구들을 만났다면서 서로 손을 잡고 뛰며 만남을 기뻐하고 학원을 등록해도 그 안에 친구들이 있다. 영주권이 나오면 이곳을 떠나야 할 텐데, 떠난 후에도 한동안 그리워할 것 같다. 문제가 생겼지만 그로 인해 주변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불행하지만 그보다 행복이 컸던,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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