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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Jun 26. 2024

캐나다 영주권 후,
남편과의 부부 싸움

우리는 부부 싸움을 잘 하지 않는 부부다. 싸움보다는 오히려, 내가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설교를 늘어놓는 행동을 한다. 아이들은 이런 우리의 대화를 보고 아빠를 괴롭히지 말라고 아빠 편이 되어주기도 하는 일 년에 한두 번 치러지는 그런 작은 푸념 같은 부부 싸움을 했다. 


Unsplash의Mateusz Wacławek

지난 일 년, 오직 영주권을 위해서 생각 없이 일을 했던 시간이 끝났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데, 한 발짝을 떼기가 쉽지 않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심한 고정관념,
우민화 교육으로 인해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 멈춘 뇌,
인생에서 벽을 만나면, 그 벽을 통과할 문이 있는지 혹은 그 벽이 신기루가 아닌 진짜 벽인지를 확인 하기보다는 멀리에서 벽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 방향으로 진행을 포기하는 삶의 방식, 

지금까지 배웠던 우리의 삶의 방식은 객관식 선택지만 주어지고 정답 혹은 실패로 나누어진, 혹은 모든 선택지가 실패로 돌아가는 답이었던 생활에서 살고 있었다. 100명이 있으면 101개의 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한 가지 의견만 정답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아갔기에 모두가 힘든 것 뿐이다.

내 남편 또한 그러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수능을 본 후 대학교를 갈 수 있었지만, 더 높은 기대감으로 재수를 하고, 점수는 더 안 나오고, 그 뒤 삼수를 하고 간다는 것이 요리 학교였다.  아마 자신감도 없어지고, 선택지도 없어졌기에, 본인 생각에 가장 쉬운 선택지인 요리를 택했던 것 같다. 
나 또한 남편과 비슷하다. 영어 영문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막상 대학을 가보니, 영어 영문 학과에는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온 토익 900점 이상이 천지였다. 참고로 나는 토익이라는 것을 대학에 가서 처음 알았고, 신발사이즈 점수를 받았었다. 상경계열로 전과를 하고 싶었는데, 경제, 경영은 수학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자신이 없어서, 수학도 안 하고 법학과처럼 외울 것이 많지도 않은 행정학과를 전공했었다.  그 후, 집 가까이에 있는 회사를 가야 하기에, 안산 공단에 있는 회사에 무역업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무역 업무를 배우고 아무런 변화 없이 10년을 지냈다. 

Unsplash의Nguyen Dang Hoang Nhu

우리의 인생은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주어진 객관식 답안을 보며, 그중 안정적이고 편한 선택을 했을 뿐,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무모한 행동을 처음 한 것은, 책을 보고 싶어서 육아 휴직을 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나름대로 선택이라는 시작하면서, 사업에, 실업자 생활 1년을 거쳐 캐나다까지 왔다. 


세상에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네.


내가 변화한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가르침을 받은 것은 세상은 내 생각대로 착착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실은 지도를 그릴 때는 없던 장애물들이 있고, 낭떠러지도 곳곳에 숨어 있다.  모든 낭떠러지는 새로운 길을 품고 있는데 사람들은 낭떠러지라고 위협을 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며 가지 말라고만 하고 있었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본인의 목적지를 모른 채 낭떠러지로 가면 죽는다. 그에 맞춘 체력과 응급처치 장치, 낙하산, 얼마간의 식량 혹은 굶을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구비하고 모험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아마도,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 나와있는 도구들 아닐까?
이렇게 엉뚱하게 생각하는 나의 관점과 남편의 관점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 부부의 문제가 발생하는 시발점은 남편이 나와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즐겼으면 하는 내 욕심이다. 그래서 남편이 알에서 나오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한 번씩 쏴준다. 

두 번째 인생은 어떻게 살고 싶어?
너에 대해서 생각해 봐!



그렇게 미션을 던지고 회사에 출근했다. 퇴근하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본인이 나의 질문에 생각을 해봤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해! 그래서 요리를 계속하면 될 거 같아."
남편의 대답에 나는 화가 났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모험 정신을 끄집어 내면서 본인 속에 숨어 있는 다른 본인을 꺼내라고 했는데, 자기만의 틀에 자기를 가두고는 나에게 인정하라고 한다. 그 모습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라에 놀러 가서 호텔에 처박힌 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테니 좋은 풍경 혼자 구경하고 오라는 소리로 들린다.

나는 함께 이 경치를 보면서 경험할 사람이 필요해.
만약 호텔에서 나오지 않을 거라면, 나는 경험할 친구를 찾고,
너는 호텔에서 함께 있을 친구를 찾는 것이 맞는 거 같아.
가치관이 다르면 함께 하지 못 하지 머...


참지 못하고 내가 남편의 지도를 캐나다에 맞추어 현실성 있게 살짝 그려준다. 


1. 중장비사
캐나다에서 중장비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3개월에 천만 원이 넘는 학비가 들긴 하지만 일자리만 구해지면, 시급 $50이 넘는 직업이니 적은 노력으로 돈을 벌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IELTS 6.5 이상이어야 하는데?" 
"자 여기 봐봐, G10 이상이면 되지? 그럼 몇 개월 동안 G10을 듣거나, G12를 들어서 졸업하면 돼!" 
못하는 핑계를 대지 말고, 할 수 있는 길을 보면 된다. 

2. 캐비닛 메이커 
만들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본인이 원하는 가구를 만드는 기술을 쌓기 좋은 직업이다. 물론 일이 되면 고되겠지만, 어느 한 가지 기술을 발전시켜서 전문성 있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아동 벙커 침대를 잘 만들어서 한 달에 2개만 판매해도 된다. 그것이 3개, 4개 늘어나면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고, 아동 전문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해도 된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3. 특별한 음식을 해라. 
만약 음식을 계속하고 싶다면, 레드오션에서 싸우지 말고 블루 오션으로 이동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캐릭터 케이크를 기똥차게 만들어서 그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고, 교육까지 함께 하며 아이들 일일 클레스를 오픈한다. 이때 필요하다면 손재주가 좋은 한국 사람들을 고용하여 영주권도 주고 사업도 확장해 갈 수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간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럼 짧고 굵게 자신의 시간에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돈이 안돼도 본인이 하고 싶은 또 다른 일에 집중을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직업은 본인이 선택하는 거야.
시간당 $16짜리 인생을 선택할래?
시간당 $100짜리 인생을 선택할래?



여기에 우리 남편은 $100짜리 인생이라고 대답을 한다. 

Unsplash의Andrik Langfield
틀렸어,
왜 $100 짜리가 끝이라고 생각해?
또 객관적인 보기만 보고 인생을 선택하려고 하는 거잖아.
왜 시간당 $1,000짜리, $10,000 짜리를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아?


참 사람 힘들게 하는 와이프다. 개인적으로 큰 꿈을 먼저 꾸어 좌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는 것이 내 삶이 움직이는 무브먼트이다. 

만약 연봉 3억을 벌고 싶으면 그런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직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취직하는 길은 어떻게 되는지,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조건부터 맞추어 가면 된다. 하지만 인생에서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꼭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돈이든 시간이든 노력이든, 대부분의 것들은 이 3가지가 혼합되어 지불되어야 한다. 

예시로 만약 연봉 2억 인 비행기 기장이 되고 싶으면 1억짜리 비행학교를 다니면 된다.
미국 간호사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니 간호사가 되고 싶으면 간호 학교를 다니면 된다. 
캐나다는 Student Loan 이 잘 되어 있어서 돈을 빌리고 정부에서 용돈을 받아 가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 물론 인생에 있어서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저 시급을 받고 요리를 하는 생활만 하다가 죽기에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은가? 


https://brunch.co.kr/@khhhappy/135

https://brunch.co.kr/@khhhappy/136

https://brunch.co.kr/@khhhappy/137

그전에 글에서도 우리의 인생은 200만 원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후 내 인생의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상가 월세가 비싸다고 집에서 마사지를 차리면 손님이 적게 온다. 모든 것은 내가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 영주권도 그러했다. 

어렸을 때는 이 우주의 이치를 몰랐다.  사이비인지 알았다.  그럼 다음 인생을 위해 내가 투자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다면 나에게 투자해야 한다. 투자할 돈이 없다면 최소한의 의식주를 유지하면서 만들면 된다. 일론 머스크도 하루 $1로 살기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나 또한 월 200만 원 이하로 살기를 하면서 휴직을 시작했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번데기 같은 시기가 필요하다. 

Unsplash의Bankim Desai

남편에게 번데기의 시기를 줄 테니, 나비가 되어 날아 보라고 하지만, 자꾸 핸드폰만 본다.

시간이 더 걸리려나 보다. 영주권을 따니, 이제 정말 시작이다. 밑에서 받쳐주는 사장님도 없고, 우리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재미나게 남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될지, 막막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1%를 위해 TED Talk를 보고, 마사지 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전까지 영어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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