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마니의 은밀한 속삭임
입춘대길
설날 보다 사흘 전에 부산 시댁에 도착했다.
자주 뵙지 못하니 가능할 때 모아서 보자는
심산이었다. 가까이에 사는 자식들이야 부모
집에서 자고 가지 않고 부모 역시 자식 집
에서 주무시지 않으신다.우리 부부는 시행
착오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나는
대로 명절 때면 며칠씩 부모님 집에서 그렇게
지낸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나면 남자 제관들은
나눠져 작은 할아버지 댁과 본가로 흩어지고
이어서 차례를 지낸 뒤 고향 묘소로 향한다. 그
시간 며느리들과 아이들은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쉬는 시간이다.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은밀히 나를 부르셨다.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글로 '입춘대길'이
씌여진 종이 한 장을 주셨다. 전에는 두 장을
주시더니 올해는 경쟁률이 높아 충분히
확보 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나마 자식 다섯
에게 나눠주시려니 애로사항도 많으셨으리라.
곧이어 더 은밀히 시어머니와 내가 같은 띠임
(호랑이)을 상기 시키셨다. 당신이 올해 '삼재'
라며 나 보고도 '삼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부적 하나를 건네신다. 무슨 일이 생길듯이
은밀하게 속삭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인생사란 좋은 일 나쁜 일이 번갈아 오가는 것!
살펴가며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사는
내게 마땅한 간직품은 아닐 듯 했다.
'입춘대길'만 감사히 받고 부적은 돌려드렸다.
예전과는 달리 강요하지 않으신다.
좀 있다 보니 손 아래 동서에게 살며시 다가가
나에게 했던 말씀을 그대로를 하고 계셨다.
아랫 동서에겐 또 어떤 삼재가 다가온단 말씀
이신지? 오~ 헌데 반응이 나와는 정 반대다.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인생사가 궁금하여 뭘 물어보러 다니는 사람
에게 이런 예언적인 말은 의미가 남달라 보였다.
자신에게 마치 세가지 어려움이 올거라고 예상
하는건지?그 부적을 지니면 미래의 재난이
막아질 것인지를 가늠해 보는 듯도 했다. 의식
하고 피하려 하면 더 달라붙는게 재앙 아닐까?
뒤에서 말 없이 지켜보다 웃고 말았다.
그제는 집 건너편으로 산책을 다니시던 한 분이
밤에 마을 회관으로 놀러오라고 하셨다. 너무
재미가 있다는 거다. 마을과 떨어져 부부 두
사람만 조용히 지내면 심심하지 않냐고 이번
에도 재차 물으셨다.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말 했지만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회관에서 밤에 하는 그 재미있는 일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이야기도 하고 화투도 치고
술 마시며 밤 10시엔 야식을 시키거나 만들
어서 먹는다는 거였다. 술은 태생적으로 못
하고, 화투에는 전혀 흥미가 없고, 야식은
절대금지 목록인 나에게 그 분의 재미는'삼재'
가 아닌가? 아이고 아이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