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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Sep 13. 2016

세상과 청산은 어느 쪽이 옳은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밤늦게 도착한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 부부

정원등과 집의 외벽 등 모두를 켰다. 초행길

이라 일행 중 한 팀은  많이 헤맸고 아이를 데리고

젊은 아빠는 곧바로 도착했다.


낯선 !

처음 만난 어른들!!

얼굴을  많이 가릴 나이 다섯 살!!! 

아이를 이층 방으로 안내했다. 아이는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하더니 결국 드러누워서도 몰입 중.

유튜브에서 '장난감 신나게 갖고 놀기'를 보기도

하고-동생 보살피는 법/변 뒤처리 법/요리

등을 골라 열심히 보고 있다.



맞벌이 부부아이가 잠시 혼자 있게 될 때

스마트폰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게

준 것 같았다. -산골에 위치한 나의 집을 방문한

최연소 방문객 SY.


시원한 초가을 밤 어른들이 끼리는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 금세 편안해져 갔다. 그러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가로등 없는 깜깜한 밤에

그들은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며 웅장한 산속

리조트로 자러 갔다. 함께 뒹굴며 지내도 되겠

지만 이런 적당함도 나쁘지 않다.


다음날만나 함께 놀기로 했다. 아이가 다람쥐

를 직접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은 해바라기

씨앗을 집 주변에 뿌려두었다. 아침에 아이가

도착했을 무렵 다람쥐들은 먹이에 정신이 팔려

돌아다녔고, 아이는 다람쥐에 온정신이 팔려

다람쥐! 다람쥐를  외치며 그 뒤를 따랐.



돌멩이 하나도 아이에겐 놀이가 되었다. 작은 

덩치에 뭐든 휙휙 던지는 폼이 당찼는데 후훗!

엄마 아빠의 숨겨진 일면을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아이가 사물을 인식하는 크기를  상상하며 작은

의자, 작은 숟가락 등 집에 있는 작은 것들을 

죄다 꺼냈다.



아이의 가방은  풀 숲에서 찾아낸 작은 수박 

하나담으니  가득 찼다. 빈 공간에는 작은

대추 몇 알을 넣어두었다. 가뭄에 주먹만 하게

자란 노랑 호박과 샐러드 호박 피망과 홍고추

가지 토마토 등 아이에게 어울리는 크기의

끝물 채소들을 수확했다. 



아이는 계곡의 물고기를 보고 싶어 했는데. 

역시 산속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고 신기하다. 물속을 가만히 보다가

 하나라도 떨어트리면 고기들이 일제히 모여

든다. 담거놓은 통발에 제법 큰 고기 한 마리가

잡힌 걸 보고 아이는 최고의 경험을 했을 때

지르는 환호를 토해냈다.


 밤송이 떨어진 길을 딸과 아빠가 걷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굵은 멸치 크기로 자란 당근을 부지

런히 뽑아다 볶아먹고 김치에 섞기도 했는데

오늘은 엄지 손가락 굵기의 당근을 수확했다.

부부가 함께 열심히 가꾼 밭의 지금 모습은

누가 일부러 풀을 키우나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산속 마을의 저녁은 빨리 다가온다.

우리와 잘 놀던 아이는 갑자기 엄마를 그리워했다.

텃밭 수확물을 보며

"엄마가 이걸 보면 깜짝 놀라실 거야!"라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한가위 벌초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라 서울로

가는 상행선은 교통체증이 심했다고 한다. 아이는

엄마를 떠나 아빠와 처음으로 여행을 했고, 집으로

돌아가 엄마를 만난 자리에서 수확물들을 자랑

하며 이곳의 경험을 두서없이 아뢰고 있다는 소식

 전해왔다.

엄마 아빠의 진심 어린 호응과 감탄은
아이를 즐거운 수다쟁이로 만들고 깊은  
감성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다른 차로 떠난 사람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자정

무렵에야 도착했다고 한다.



50~80대 방문객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집은

몇 평이며, 평당 건축비가 얼마이며, 방은 몇 개

인지를 묻는다. " 그걸 알아서 무엇에 쓸까?"

30~40대는 자신들도 자연을 무지 좋아한다며

언제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유유자적하게

있을지를 넌저시 물어온다. "나날이 땀 흘려

야 하는 노동과 정말 부지런해야 하는 곳인데."

20대는 정말이지 날쌘 경험자들이다. 무엇이든

새롭고 자유로운 경험을 원하며 용기 있게 나아

갔다.


다섯 살 아이어른들을 하루 종일 몰고 다닐 

만큼 호기심이 넘쳐났다. 환하게 잘 웃고 끊없이

뛰어다녔다. 덕분에 나도  환호하며 고 싶고

아이가 보여주었던 호기심과 활기를 유지하고 

싶은 강한 원을 갖게 되었다.


[경허 스님의 오도송]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세상과 청산은 어느 쪽이 옳은가, 봄

있는 곳에  피지 않는 곳이 없도다'

사회 속의 삶과 자연 속의 삶을 굳이 구분

 필요가 없다는 뜻일 거다. 있는 자리가

어디든 봄볕만 비춘다면 꽃이 필 것이니, 

구할 것은 봄볕이지 진자리 마른자리 

처소가 아니라는 최인호 작가의 해석을

나눈다.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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