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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12. 2017

아우라를 가진 사람

고요하고 거룩한 밤은 사람이 만든다


시내도 멀지 않고 넓은 도로가 나 있는 교통의

중심지이지만 지방에서는 폐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은척중학교 아산 분교-오늘 밤 이곳에서 송년

음악회가 열렸다. 폐교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

있을 리 만무한데 그렇다고 풀이 모래땅에

이렇게 자랄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초록은

사라지고 색 바랜 흙색의 풀이 가지런히 제초

되어 있다. 는 푹신한 운동장에 차를 주차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어림잡아

백이십여 명.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 속에 우리

부부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챠이코프스키의-Tchaikovsky's Greast hits

에 이어진 실내악 연주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

의 연주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회를 준비한 장선생 내외와의 인연으로 

생각 없이 왔던 것에 비해 음악 연주는 곡에

곡이 더해질수록 숨 막히는 감동을 퍼뜨렸다.



클래식 음악가였던 Rota의 외유 곡

The Godfather은 남녀노소 청중들에게

아름다운 멜로디로 찬사를 받았다.


귀촌하여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치는 전직 음대 교수와 동네분들의 협연

 신선했다. 악단원 중 한 사람은  오늘 마트

근무 날이라 애써 연습하고도 연주회에 불참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활인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나 혼자만 이러고 있나 싶어 주위를 둘 어보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혼연일체의

집중모드에 있었다. 노래 '눈'과' 오 솔레미오'

 부르던 남자 성악가와 소프라노 여자 성악가

열렬한 호응에 힘 입어 앙코르곡까지

열창했다.


좋은 귀와 열린 마음 호응할 줄 아는 매너까지,

무엇보다도 좋음을 표현하는 그 솔직한 방식이

내게 이중으로 감동을 주었다. 해마다 아무리

페인트를 칠해도 이내 건물 속의 콘크리트와

스며드는 빗물로 인해 어두운 회색으로 변하는

폐교 건물들. 그 모든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실에서 벌어진 소통과 교감이 실시간!

굳었던 연주자들의 얼굴은 어느새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미소와 환희로 즐겁게 연주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주거니 받거니!

남편은 거의 목석이 되어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도 나와 같은 감동을 연이어 받았는지

따뜻한 손 온도로 전해졌다.



연주회를 마치고,

준비되었던 디너는 얼마나 식욕을 돋게 하던지.

해물 피자와 김밥 치킨과 곶감  귤과 음료까지

기대 이상의 상차림에 나는 행사 준비에 든

비용을 누가  냈는지가 몹시 궁금해졌다.


비올라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던 두 분은

비엔나에서 같은 시기에 유학했다고 한다.

성악가 두 분은 이탈리아에서 유학했고,

피아노가 없어 키보드 연주를 하던 분은

연습하지 못했을 악보를 급작스레 받아 들고

당황하더니 이내 차분히 앙코르곡을 연주해

내던 모습이 웃음 짓게 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신인 연주자들의 열정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다들 서울 대구 등 멀리서 여기까지 왔

한다.

"무슨 상상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클래식 클 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예상했을까?"

이리도 진심으로  음악에 몰입과 찬사를

보낼 사람들이 모였을 줄 꿈엔들 알았을까?


송년 음악회의 꽃은 함께 불렀던 합창

Holy night 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릴 때...


새로운 삶터에 적응하고 자리잡기도 버거운데

장선생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폐교를 활용하여

마을 아이들 교육을 돕고, 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말만 앞세우며 시대와 정치 타인의 행동거지에

핏대를 세우기만 하는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나마 작은

교실에서 Holy Aura( 성스러운 아우라)

보았다.


"연고지가 있어서 이사를 온 겁니까?" 

"아니요."

"귀농귀촌 연합회가 있는데 거기 나오세요."

"아, " 웃음만

"ㅇㅇ씨 아십니까?"

"모릅니다."

"두 분만 그렇게 사시면 외롭지 않아요?"

"그런 것 못 느끼고 삽니다."

"아이고, 재미있게 나와서 어울리며 사세요."

.....


나는 동문 단답을 했다. 우연히 멈춰 섰던

테이블에서 한 사람이 쉴 새 없는 우리 부부에게

질문을 퍼부었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영혼 없는 질문에 관심이 기울어지지 않았다.

ㅇㅇ연구소라는 명함까지 내미는 걸 보니

뭔가를 열심히 추구하며 여기저기 동분서주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인가 보다.


휴~

 "오늘 음악회 너무 좋지 않았나요?"

~

~

그는 이방인에게 질문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오늘 음악회에 대하여는 어떤 언급도 없다.


집으로 돌아와 장선생 내외께 메시지를

보냈다.  1월에 집으로 초대하겠노라고!

음악회와 음식 준비와 여러 가지 들에 대한

언급도 두어줄 추가 했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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