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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14. 2018

금전수를 키워보니

잘 키운 사람에겐 삶의 풍요와 여유가!


    친구 Loan의 철강회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차를 마시던 차탁 옆 중국풍 푸른 도자기 화분에 풍성함을 자랑하던 식물이 있었다. "이게 뭐야?" 친구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이 식물을 키워보면 좋을 거라고 내게 말했다. 돈과 관련이 있다고 다.

    "MONEY?"



    퇴직 후 한국으로 돌아오니, 떠날 때는 없었던 꽃과 식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들어와 없는 게 없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것도 많았다. 잎의 도톰함과 줄기의 통통함에 호감 가던 식물. 어느 날 식물 이름은 모른 체 친구를 떠올리며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10배는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아기가 아빠의 코트를 입은 모양새였다.


    나의 경우 화분에 식물을 심으면 분갈이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식물은 심은 지 이년 반 정도가 되니 급작스럽게 새 순들이 올라왔다. 이럴 때 영양가 있는 새 흙으로 분갈이를 하는 대신 커피 찌꺼기와 달걀 껍데기를 쌀뜨물이나 우유 묻은 팩에 녹여 가끔씩 주는데 새순은 건강했고 보기에도 좋았다.



금이 간 뚝배기에 1차 번식 금전수 심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햇볕을 피해 실내에서 잘 자라는 것을 잊고 수시로 햇빛에 노출시킨 것이다. 그러자 줄기의  잎들이 아래쪽에 붙어있지 않고 두 뼘이나 위쪽부터 웃자란 것이다. 정원의 나무나 꽃들처럼 실내 식물의 경우도 수형이 좋아야 키울만하다. 휘적휘적 늘어져서는 좋을  없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우선 줄기 몇 개를 자르고, 줄기에서 아래쪽 잎은 따로 떼어 흙에 꽂아 두었다. '유레카'를 외칠 만큼 기쁜 순간이 있었는데 흙에서 빼 본 잎에 탱글한 구근이 달린 것이다. 최근에서야 이 식물의 이름이 '금전수'임을 알았다. 지난겨울 호찌민시의 Mai 네 집에 갔을 때도 빼곡히 잘 자란 이 식물을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친구 둘이 키우던 금전수의 공통된 환경은 햇볕 없는 사무실 혹은 집안 거실 안쪽이었다.

    "이제야 감이 온다."


    다른 나라의 상징성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도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게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개업식 화분으로 어딜 가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식물이다. 처음 팔릴 때와는 달리 시간이 흐른 후에 보면 금전수가 풍성하고 아름답게 잘 자란 경우보기 드물다.



    아무리 봐도 나의 눈엔 금전수의 잎이 돈을 진 않았다. 잎에서 신기하게 생겨난 알뿌리가 금전 같은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금전수는 품성이 너그럽고 정신은 강했던 두 친구를 생각나게 하고, 은퇴 후 여유로운 그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원산지가 아프리카인 식물이 연중 잘 자라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에 문제가 생긴 덕분에  나는 흙꽂이 물꽂이로 금전수를 삽목하며  번식의 재미를 경험하고 있다.



    번식에 자신감을 갖고 그제는 모든 줄기를  잘랐다. 뿌리가 내리면 좋을 길이로 잘랐는데 서너 달 후면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뿌리에서도 새싹이 자라나면 결과물은 몇 배로 불어날 것이다. 어느새 금전수로 실내공기를 맑게 하고, 나는 마음 부자가 되어 식물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기대에 부풀어 있다.


[후기 사진]



    직사각형의 크고 기다란 화분은 원하던 모습대로 완성되었고 잎만으로 번식시켰다. 금전수는 찻잔 화분에, 나머지는 쓰지 않는 와인 컵 여러 개에 물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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