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15화. 아이와 함께 일하기 ①

외로운 사투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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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아이와 함께 일하기 ①


외로운 사투


힘들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뭔가를 항상 병행해 왔지만 육아는 병행하기가 진짜 너무 힘들다. 힘들다는 말로는 다 못할 만큼 힘들고, 이걸 조리있게 정리된 말로 설명하기는 더 힘들다. 떠올리면 가슴이 턱- 막히고, 한숨이 푹- 쉬어지는 일이다. 울기도 많이 울고, 화도 많이 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는 괜찮은 척하지 않으면 안 됐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말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지레짐작으로 내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너무 힘들다. 하지만 내가 힘들다는 말을 하는 순간, 돌아올 답들을 안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힘들어?”라는 식의 말들이다.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은 힘들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줄 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싫어하는 일을 하며 참아내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예술계통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힘듦은 당연한 것이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어지거나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래서 그냥 오늘도 괜찮다는 말로 대충 넘어가고 혼자 속으로 힘듦을 삼킨다.


나는 딸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육아의 내공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영화인으로서의 업적을 탄탄히 쌓아놓은 것도 아닌 아주 애매하고 어정쩡한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듯이, 내게는 누구에게 뭘 가르쳐줄만한 것도 없고, 전수해 줄 만한 노하우도 없다. 그저 힘들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징징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기가 다 커서 어른이 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안 할 것 같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아기가 어리고 내가 어리기 때문에 하는 고민들이 며, 지금 내가 가장 집중하고 고민하고 있는 예술적 고민이기도하다. 나중에 노년의 나이가 돼서 이야기를 꺼낸들 ‘나 때는 말이야~’ 같은 퀴퀴한 옛날이야기가 되어 있을 게 분명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내 기억 속에서도 ‘그래도 좋은 시절’로 기억하게 될 찰나의 순간이 되어있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지난 3년간 아이와 함께 고군분투하면서 내가 이룬 성취들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미미하다. 세상을 바꾼 것도 아니고, 세상에 이름을 떨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 과정만큼은 널리 알리고 싶어서 지금 조금이라도 얘기를 해놔야겠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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