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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May 31. 2023

아이가 까르르 웃으면 마음 끝이 몽글해졌다



바쁜 아침 시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교무실 창틀 어디선가 애쓰며 찍었을 법한 아름다운 광경에 절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 속에 스며들었다.  


“멋지다. 시후야 산 봐봐.”
“선생님, 도사님 변신했어?”   

  

얼굴에 잔잔히 퍼지는 호기심 가득한 몽글몽글 미소에, 일방적 포옹으로 답한다. 소중한 아이의 그 미소를 남주기 아까워 나 홀로 간직하고 틈틈이 꺼내본다. 그리고 아이만이 가진 시후스러운 관점을 선생님께 전달한다.


오늘도 천천히 주변에 전파하는 중이다.







시후는 잘 웃는 아이다. 배냇짓이라 일컫던 신생아 때부터, 내 곁에 새근새근 잠든 지금까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래서 혼낼 때 곤욕이다.


식성이 올라가며 온몸의 뽀얀 살도 올랐다. 특히, 발에 더 그러했다. 날렵하게 뛰어다니던 날쌘돌이는 어느새, 쿵쾅쿵쾅 묵직한 몸놀림으로 집안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살살! 밑에 집 동생 아파서 자고 있대.”
“미안해요!”


여전히 눈은 웃고 있다.  

갈매기 같은 눈매는 어느새 입꼬리와 만나 동글동글 굴러 내 마음에  박힌다.


아이가 피어 올린 몽글몽글함이 가슴을 가득 메운다.

더 이상 혼을 낼 수가 없다. 그저 내 품에 가득 채운다.






어느 날, 내가 변했다. 아이 미소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는 정말 즐거울까. 정말 행복할까.

그래서 웃는 것일까.

부족한 난, 타인의 이야기에, 타인의 시선에, 타인이 결정지은 결과물에 아이의 진심을 집어삼켜버렸다.


“왜 웃어? 왜. 왜. 왜.”

“너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 말하지 않으면 시후 마음을 아무도 몰라.”


한동안 아이의 뒤꽁무니를 쫓기 시작했다. 달라진 나의 행동에 아이는 미소를 감추고 도망 다니기 바빴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아이 미소에, 마음 끝이 아렸다.     






지난주부터 학교에서 울음이 시작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미소를 전처럼 볼 수 없었다. 특히, 하교 시간에 더 그러했다.


“괜찮아, 괜찮아. 말 안 해도 돼.”


누가 보건 말건 중요치 않았다.

그 순간 아이를 내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울음의 이유보다, 아이의 답답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엄마 집에 가자.”
“그래. 집에 가서 쉬자.”     


가는 내내 놓지 않던 아이의 따뜻한 손에, 맞잡은 나의 온기를 꾹꾹 전한다.

아이는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마음이 미어진다.






웃으 교문을 들어간 아이는 오후 나를 만날 때면 속상함이 가득이다. 어쩌면 한동안 그러할지도 모른다.


본인의 답답함 울음으로 밖에 표현 못했을 아이에게, 나를 비롯한 어른은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는 해결책을 원했을까.

그냥 누군가의 포근한 끌어안음 아니었을까.

        




아이는 오늘의 속상함도 잠시,

선생님의 도사 변신에 일기를 쓰는 내내 호기심 가득이다.
사진 한번, 일기장 한번.


사진에 맞댄 손가락주욱 늘려, 구름바닷속 숨어있는 선생님 찾기 바쁘다.


시후의 까르르 웃음에, 가슴 언저리에 몽글몽글 피어난 복잡한 감정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켜보는 이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너의 따스한 미소,

내가 지켜줄게.

사랑한다.



사진출처(제목)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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