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단 한 사람만 사랑할 거야.”
“진정한 사랑은 당신뿐이야.”
영원을 약속하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사랑 고백입니다. 현실에서 ‘평생’, ‘영원’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지요. 온 마음을 다해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찾아옵니다. 여러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주인공들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에요. 거의 대부분 지켜집니다. 후일담이나 외전, 속편 등을 통해 보면 주인공들은 여전히 깨가 쏟아지고 행복하지요.
오래도록 소설을 봐 오면서 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었습니다. 여성향 소설이라 더 그래요. 누구나 바라는 일이기도 하고요. 진정한 나의 반려. 나와 함께 할 단 한 사람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니까요.
그런데 드물게 한 번씩 로맨스 소설에서 주인공이 사랑을 잃어버린 채 시작하는 걸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이 사랑했던 이와 사별해서 혼자이거나, 홀로 아이만 키우고 있는 경우예요.
아주 오래전에 읽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책의 주인공은 젊은 시절 첫사랑과 짧지만 따스하고 포근하게 연애와 결혼 생활을 했어요. 병으로 남편을 잃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여성은 죽은 남편과 정반대 되는 야성미 넘치게 매력적인 남자의 열렬하고 적극적인 구애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두 번째로 찾아오는 사랑에 선뜻 마음을 열기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또 다른 책의 주인공은 멋진 연극배우예요.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 중에 사고를 당하면서 짧은 행복은 자신만 남겨두고 떠나가 버립니다. 누구도 거부한 채 마음의 문을 닫고 산 지 7년,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두드리는 그녀보다 훨씬 어린 남자.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하고 배려심 깊은 그 남자의 진심을 알면서도 그가 내미는 손을 자꾸만 밀어내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소설에서 당연히 주인공 두 사람만이 진정한 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설정을 처음 보았을 때는 나름 충격이었어요. 이 책들은 제가 ‘사랑’이 뭔지 모르던 시절에 보았거든요. 그저 환상이 가득했던 시절이었어요. 사랑을 꿈꾸기만 했던 현실 연애를 해보기 전에 읽었던 책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에 맞닿은 사랑 이야기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경험 부족은 생각의 깊이도 뚫지 못하는 건지, 작가가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어린 마음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나이를 더 먹고, 현실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연애의 흑역사도 몇 번 써보고, 사랑에 상처 받아 울기도 해보니, 그제야 이 책들이 와닿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평생에 단 한 명이라면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에요. 행복한 삶일 것이에요. 그리고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을 테니 이것이야말로 환상에 가깝지요. 소설에서는 환상을 그리니 이런 설정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고요.
물론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이 영 꽝이어서,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말처럼 진정한 사랑이 단 한 번만 찾아올 수도 있어요. 보통 소설에서는 그 설정이 많아요. 다들 별로였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당신이 찾아왔으니 이게 운명이야 하지요.
하지만 사랑을 여러 번 했다면 그때의 감정은 다 거짓이었을까요? 진정한 사랑이 뭘까요? 평생 함께 하지 않으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요?
이런 고민을 할 때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특히나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가 사별의 아픔으로 행복을 놓쳐버렸다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주인공의 사랑하는 이와 어쩔 수 없는 경우로 헤어진 뒤에 다시 사랑이 찾아와 고민하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 로맨스 소설은 감정선이 섬세해서 작가님이 잘 쓰면 무조건 소장각입니다. 지나간 사랑은 실은 사랑이 아니었노라고 부정하는 게 그다지 재밌지는 않더라고요. 너무 뻔해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이어서 더 아름다운 로맨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