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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해슬 Sep 20. 2024

일을 구했다

<그녀들의 글쓰기 맛수다> 나의 첫 공저책이 나온 게 벌써 4개월 전이다. 긴 시간 동안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시기를 지나, 글을 쓰고 책까지 출간하면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고 내 능력을 믿고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책이 출간될 즈음부터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알바라도 해 보라는 남편에게 ”나는 식당 설거지도 못할 거야. 식당 주인이 도대체 날 뭘 믿고 시키겠어. “ 이런 말을 하며 자기 비하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자존감이 올라가니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해낼 자신이 생겼고, 그렇다면 경력 단절녀라도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내 스펙 중 전혀 사용하지 못했던 자격증이 있는데 바로 교원자격증이다. 대학 졸업 후 임용고사를 몇 번을 봤지만 전혀 아깝지도 않은 점수로 여러 번 떨어졌고 결국 이 길이 아니다 싶어서 포기했다. 그리고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조금 하다가 임신 이후로 경단녀가 되었다.


자존감을 회복한 이후 나는 왠지 모르게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교육청 구인 사이트 문을 두드렸고, 열심히 서류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마음먹었으니 시작이 반!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으로 여러 군데 넣었는데, 이럴 수가.. 허탈할 정도로 서탈(서류 탈락)이었다. 무경력이라 1차 서류 통과 관문부터 문이 아니라 벽, 철벽이었다. 두어 달을 서류 광탈로 멘탈이 털리고 나니 다시 자존감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예전이라면 ‘역시 난 아니었어’ 하면서 좌절하고 쉽게 포기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계속하다 보면 누군가는 나를 써주겠지, 들어가기만 하면 잘할 자신이 있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 것이라 믿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계속 서류를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군데 합격! 한 군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경력을 만들어가면 되니까.


몇 십 년 전의 학창 시절과 달리, 다시 들어간 학교는 기억 속 수업 방식과도 달랐고 한 반의 학생 수도 줄어있으며 뭐든 세련된 느낌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으니 다른 느낌을 받는 게 당연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고, 그것도 어느새 몇 개월이 지났다. 첫 학교의 계약 기간이 곧 끝나간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얼마 전에 두 번째 학교와 계약을 했다. 하나씩 하나씩 경력 한 줄이 늘어난다.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40년 넘는 세월 동안 처음이다. 그러나 못할 것도 없다. 매일 수업 연구를 하면서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글을 쓰고 내 책을 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어떤 성과물 없이 지내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고민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느릿하게 걸어온 이 길이 맞았다. 스스로 자존감을 올리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내 능력을 믿게 되었다.


땅속을 뚫고 들어갔던 자존감을 다시 하늘까지 올려주는 힘!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주저하고 있다면 해! 해요!! 바로 지금!!!!







<오늘도 쓰는 사람들>

진짜 나를 마주하고 더 단단해질 미래를 그리며 오늘도 쓰는 5명의 작가가 만났습니다.

쓰기를 시작하는, 쓰기를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내일을 그려보는 희망을 건네는 글을 씁니다. 글쓰기 시대이지만 글쓰기를 지속하는 사람보다 포기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 글쓰기의 시작과 시행착오, 글을 쓰며 나아가는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엮고 있습니다.

글쓰기 에세이 신간 [그녀들의 글쓰기 맛수다]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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