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이 가르마 타던 어느 시원한 여름날,
구름의 눈가가 잔주름이 질 때까지 마음껏 웃었던 우리
긴 속눈썹 사이로 비치는 별빛을 바라보며
우리의 시간을 어루만졌던 달콤한 언어 속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다정히 그리고 사르르 스며든 그들의 계절은 흩날리는 부스러기들 마저 향기롭다.
석양이 간지럽히는 뜨거운 여름
호호 불어
서로 떠먹여 주는 우리 둘만의 오후
-시집 <우리는 푸른 날개를 닮아서> 중 그날의 오후-
사랑을 하면, 평범한 시간도 평범한 공간도 아름다운 놀이동산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익숙하면서도 왠지 정겨운 장면이 갑작스레 싱그러워 보인다.
글쓴이도 그랬을까? 푸르기만 하던 바닷길이 마치 가르마 탄 것처럼 가지런해 보이고
그저 평범했던 구름이 유난히도 방실방실 하게 보이는 것 보면
사랑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무엇보다 가장 사랑스럽게 기억하고 싶은 건
그 계절이 아니라 언어를 뒤적거리며 언어들을 예쁘게 이어 붙이던 우리들의 시간이 아닐까?
우린 사랑을 할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만 골라서 꽃다발처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여 고르다가 내 진심이 부스러기로 몇 개 흐드러지더라도
그 아쉬움마저도 향기로워 보인다.
시 속의 그들은 시원한 여름을 지나 온 사랑이었나 보다.
석양의 뜨거움에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대만큼은 덜 더웠으면해서 호호 불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름이 여름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기억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깊은 시간이었는지 알 수 있다.
비록 지나고 보면 딱딱한 문장으로 혹은 꽤나 더웠던 여름으로
생각이 바뀌지만, 그래도 쓸 때만큼은 몽글몽글해진다.
다만 끝맛이 씁쓸할 뿐
비록 그 시간이 계획처럼 흘러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끄적임 정도는 설렐 수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