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사랑 에세이
‘만약 기억 상실증에 걸려서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며칠 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연인'을 보면서 들었던 궁금증이었다.
이때 함께 있었던 엄마와 동생은 엉뚱한 내 궁금증에 웃으면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라고 답했고, 나도 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어쩌면 사랑은 기억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수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가 그동안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해 온 이유가 그를 기억해서 사랑한 게 아니라면 다시 사랑에 빠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 궁금증은 사랑에 대한 깊은 생각으로 옮겨 갔다.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부딪히기 시작하였다.
기억을 잃었다면 그동안 내가 경험해 온 시간을 잃게 되는 것이고, 결국 그 시간의 깊이가 누군가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보편적인 이유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사랑은 내가 거쳐온 시간이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그와 나 사이를 끌리게 만드는
아주 신기한 현상이다.
보통 사랑에 빠지면 아무리 수백 명의 사람들이 존재하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끌림이 고요하게 그리고
짙은 향을 남기며 자기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자기장이 회로를 벗어나 다른 경로로 이탈하게 되면 빛바랜 사랑을 마주하지만 말이다.
때론 빛바램으로 결론을 맺지만
닮은 자기장의 형태로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난 더더욱이 사랑에 있어서 기억이 작용하는 힘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저마다 그 또는 그녀를 만나기 이전, 원래부터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것이고 소중한 것이다.
내 끌림이 지나온 미련 때문에 혹여 누군가에게 끌리기를 주저한다면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러므로 난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애틋하게 내 삶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사랑할 것이다
사랑도 사랑 나름대로 그때만 느낄 수 있는 총량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나는 사랑이 참 우리의 언어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말도 가장 어울리는 초성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때론 울림이 부족한 초성이 삐그덕거리지만,
먼 훗날 그것들이 성숙해질 때면 나는 문장을 조립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처음에는 달그락 거리는 그릇 소리처럼
등교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이의 소란스러움처럼 삐그덕거린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울림이 생기고 성숙함을 찾기 시작할 때면
편안하고도 설레는 고요함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현재 사랑하는 사람
이제 사랑할 사람과 함부로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