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by 김호섭



애썼다 수고 많았다

이제 더는 잡지 않으마


은은한 노랑 못 보고

타다 말고 바닥에 뒹구는 초록 은행

네 탓이라 야단치지 않으마

깊은 땅 밑에서도 타오를 너


조막손 꽃단풍

아직 빨갛게 익지 않았다고

떼쓰지 않으마

시린 눈 속에서도 기꺼이 익을 너


완벽한 계절이 어디 있으랴

고단치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애쓴 만큼 다 이룰까

못다 이룬 정은

흐르고 흘러 스미게 두고


새벽 시린 손으로

책장을 넘기련다

왼손은 가을

오른손은 겨울

다음에서 다음으로


찬란했던 하늘길

눈 맑은 별의 길

함께 거닐어 준

너의 다정


불꽃 여름보다

뜨거웠던

너의 침묵


짧으니 더 그리운 너

떠나는 옷자락

잡고만 싶은 너


억새꽃씨 한 아름 품고

끝내 펑펑 울고만 너


우리 이제 인사하자

잘 가렴

가을아.


노을 벗 삼아 기다리마

나의 너

가을아.


#가을 #걷기 #쓰기 #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