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보다 그러나 보다

by 김호섭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더니

가을과 겨울 사이

불현듯 피고야 마는구나


은행꽃


하이얀 눈꽃 이불꽃 마음꽃

폭닥 덥고

잠시라도 쉬어가면 어떠리


걱정말고 쉬어라

벅벅거리는 와이퍼로

현기증 나는 에탄올 워셔액으로

널 왈그락 달그락 지우지 않으마


온 힘 다하여

살아온 너의 계절

애썼다

수고했어


따뜻한 온풍기

나지막한 눈빛으로

너의 정겨운 마무리를

축복할게


그런가보다


쓰라린 인연도

잊으려는 마음도

애쓰는 미련도

부질없는 일


피어오르면

꽉 잡은 운전대 두 손 힘풀고

잠시 머물다 가면 되나보다


놓지 못할 인연은

쓰라려 잊으려 애써도

불현듯 피어오르는 꽃


다 이유가 있겠지

상처보다 깊은 그리움


그런가 보다


잠시 쉬어 가라고

검붉은 상처는 잊더라도

온 마음 다한

계절의 사랑은

이렇게 남는가 보다


지우려 너무 애쓰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라고

그리워할 건 그리워하라고


그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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