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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Jun 14.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싫다. 출근....

내가 진짜 쉬고 싶은 이유는 아침마다 치르는 출근전쟁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일터로 나가는 건 너무 좋다.

자아실현욕구가 강해서 집에서 살림하는 것보다 나가서 일하는 게 체질에 맞다.


그러나 23년이 넘도록 적응이 안 되는 건 아침마다 하는 출근 준비.


지금은 알아서 6시에 눈이 떠지지만

20대에는 잠이 많아서 아침잠을 깨는 게 너무나 곤욕스러웠다.

늦잠을 자느라 지각을 하기도 했고 너무 늦어서  민망한 나머지 아프다고 거짓 병가를 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인데

토요일에도 학교를 나가던 시절.

아침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 늦잠을 자느라 지각을 하고 말았다.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미 그 시간을 넘겨 버린 것이다.

학교에는 아파서 좀 늦는다고 하고 부리나케 출근하니( 뒤구녕으로 기어 들어가니)

이미 운동장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알아서 줄을 서고 조회를 하고 있었다.

그때의 민망함이란.....


한창 육아에 시달리던 30대에는 밤새 잠버릇이 안 좋은 아이를 돌보다가

늦잠을 자는 일이 많았다.

그때는 학교가 멀어서 지하철로 5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아침마다 아이를 봐주러 오시는 시어머니 덕에 지각은 면했으나

아직도 어머님은 그때의 일을 꺼내시며 나를 부끄럽게 하신다.

" 어휴, 내가 가보니 어미가 쿨쿨 자고 있어서 깨우니까 벌떡 일어나서 세수도 안 하고 나가더라 ㅎㅎ"


휴,, 참 신기한 게 40을 넘으니 늦잠 자는 일은 없고 오히려 새벽 6시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더니....



아무튼 아침에 동동거리며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싫다.

두 아이 아침을 간단히 챙겨주고 나도 화장이며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만져야 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고 여유가 없다.

좀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퇴근이 늦더라도 한 10시쯤 출근하고 싶다.


 출근할 때 그날 날씨가 맑고 화창하면 더욱더 출근이 싫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느낌이다.

운전대를 꺾어서 그대로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 진다.

직업 특성상 평일에 특별한 일 아니고는  연가나 휴가는 거의 불가능하다.

방학이 있어서 그때만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도 방학을 기다리는 건지도 모른다.

단순히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유롭게 내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라는 게

그리도 절박하고 소중하다.


자율성이 많은 직업일수록 사람의 만족도가 크다는데 영 글러먹었다.


가끔은 경위서 쓸 각오하고 출근 운전대를 돌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그런 충동이 꽃피는 5월이나 단풍 드는 가을이면 거의 절정에 달한다.

현실은 어김없이 어두컴컴한 감옥 같은 교실행이지만...


내일도 어김없이 93.1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을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하며 교문을 들어서겠지...


도살장에 그만 끌려가고 싶어서

준비 중이지만 언제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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