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2024.10.14 ~ 2024.10.21
일지 2024.10.14 ~ 2024.10.21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 종종 비가 내림, 여정 아직까지는 순항 중.
상담을 받는다.
약을 먹었고, 하루종일 약기운에 의지해 감정을 조절해 본다.
마인드컨트롤을 스스로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 노력한다.
쉽지는 않다.
어떤 하루는 아침부터 눈감는 순간까지, 식은땀과 호흡이 힘들고,
불안과, 우울감, 견딜 수 없는 공허함에 온몸이 젖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보낸다.
또 어떤 하루는 아침부터 멍 한 채로 어떤 감정도 배제된 로봇처럼 직장에 출근해, 일을 한다.
타이핑을 하고 서류를 꾸리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안서를 제출한다.
그러다 퇴근을 하면 글을 쓰고, 2시간 이상을 걷는다.
그런 하루도 있다. 기분이 좋았다가, 또 한없이 우울감을 느끼다가,
무기력했다가, 이유 없이 긍정적이었다가..
상담을 통해 필요시약을 추가로 받았고
먹는 약의 용량을 조절했다.
금주를 하고 있지만, 음주에 대한 욕구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혼자 마시고 취하고 있고 싶다는 생각은 항갈망제의 역할 때문인지 많이 줄었다. (플라세보효과 이려나..)
과거에는 사람을 만나 마시기보다 오히려 혼자,
쉽고 빠르게 취하는 것을 선호했었다. 대화도 필요 없이..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사람들과 만나,
좋은 음식과 간단하게 한 두어 병 천천히 대화를 하며 음주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다.
생각을 했다. 생각이 올라오면 멈추기가 힘들다.
음주에 대한 욕구도, 또 나를 괴롭히는 여럿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여유를 주지 않음에도, 하루 온종일 몸을 굴리고, 정신없이 머리를 쓰고,
돌아다닌다면 그럼에도 과연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길까?
과거 주방에서 일을 할 때 그랬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견디다 보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부정적인 그 어떤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정말 화장실을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때때로 지금 9시 출근 6시 퇴근의 삶 중에도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돈이 필요했다기보다는 내가 나태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일본식 선술 집에 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했다.
주방 경력이 7년이 있다 보니,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손의 감각은 어느새 무뎌져 있었고, 서있기 힘든 순간이 많았다.
이미 몸은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것에 적응이 되어 있던 것이었다.
일주일 중 금요일 토요일을 퇴근하고 새벽 3까지 일을 했고
(약 17시간 정도) 3개월을 그렇게 몸을 써봤다.
이번에도 한번 그래 보려고 한다. 우연히 일을 쉬는 지인이 있었다.
쉬는 동안 전업으로 대리운전기사를 한다고 했다.
2인 1조로 해볼 생각이 있냐 물었다.
본인이 경차도 한대 가지고 있으니, 자신이 손님차를 운전하면
나는 자신을 픽업하고 손님에게 데려다주는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고민을 하다, 화, 수, 목, 금, 토 5일을 올해까지 해보자고 말했다.
며칠을 해보았다. 서로 호흡도 맞았고, 콜은 계속 잡혔다.
메커니즘이 간단했다. 콜이 뜨면 손님에게 간다.
나는 손님차를 따라간다. 목적지에 다다른다. 다시 지인을 태워 콜을 잡는다.
세상은 조용했고, 길에 차는 없다.
이따 금식 담배를 한대 태울 때면 이 시간에 낯선 동네의 야경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은 뭐랑 술을 그렇게 마셨을까.. 즐거웠을까..
구석구석 이런 동네가 있구나.. 달이 밝구나.. 점점 추워지는구나..
오랜만에 허기라는 게 느껴지는구나..
따위의 생각을 해봤다. 일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오로지 차를 몰아 목적지를 가고, 목적지를 가고. 무한반복이다.
이 시간에 취해있지 않으며, 새벽공기를 가르며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
낯선 도로의 낯섦이 좋았다. 어디론가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행위도 마음에 들었다.
올해까지는 이렇게 해 보려고 한다.
육신의 힘듦이, 또는 낯선 행위가,
나의 공허함이나 우울감을 어느 정도는 차단해 줌을 느꼈다.
여러 사람들, 의사 선생님에게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새로운 것을 배워보고, 모임을 가 사람을 만나보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라고.
나는 평생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여유를 채우는 방법을 모르니 차라리 여유를 없애려 생각하는 것을 보니..
정말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으나, 도통 떠오르지도, 구미가 당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뭔가 배우고, 모임을 가고, 하고 싶었던 것이 뭔지 고민하는
이 행위가 어쩌면 나에게 더 스트레스를 줬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피실험체가 되어보려 한다.
*월요일 화요일 연재일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제 새벽 들어와 글을 마치고 이제야 업로드를 합니다.
안 하던 투잡을 하니 생활이 잠시 꼬였던 것 같습니다. 점차 적응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독자분들, 브런치 작가분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