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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28. 2024

새로운 일상의 반복을 견뎌보다.

일지 2024.10.21 ~ 2024.10.28

일지 2024.10.21 ~ 2024.10.28

가을의 향이 짙게 퍼져있다. 비가 그친 뒤로는 새벽 공기가 제법 춥다.

반복되는 일상 속 몸은 점점 적응하고 있다. 조금 더 적응이 될까?

아니라면 몸이 상하게 될까. 어둠이 짙게 깔린 안갯속을 지나고 있다.




8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아침에 복용하는 약과 영양제를 입에 털어 물과 함께 삼켜 낸다. 소파에 앉아 잠시 시계를 바라보며, 한 5분 정도는 이대로 있어도 되겠지 생각하며 아직까지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거실 바닥은 어느새 찬기가 올라온다. 그러다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며 오늘의 날씨를 가늠해 본다. 아.. 부산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뜨겁고 길었던 습한 여름은.. 마침내.. 지나갔구나. 욕실로 들어가 출근준비를 해 본다. 간단하게 세면을 마치고, 옷장에 가 출근복장으로 갈아입는다.



회사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기에 출근시간은 매우 짧다. 9시가 되기 10분 전 집을 나선다. 9시가 되기 전 커피를 하나 내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업무시간이 시작되면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 회의를 하고, 고객과 통화를 하고, 각종 서류 작업을 하고, 기안서를 만들어 제출한다. 어느덧 시계가 12시를 가리킨다. 하나 둘 일어나 점심을 먹으러 간다. 나는 점심은 먹지 않는다. 식욕이 없어 병원에 물어보니 항갈망제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했다. 잠시 눈을 붙여본다. 오늘 하루는 매우 길 테니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1시간의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과 다를 바 없이 보낸다. 중간에 5시가 될 무렵 오후 약을 복용한다. 일은 반복적이고, 또 반복적이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나을 것이다. 사건 사고가 있는 것보다는. 그러다 보면 오후 6시가 된다.



퇴근을 해 집에 가 옷을 정리하고 바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사발면에 물을 부어 기다리는 동안, 김치를 내어오고 잠시 노트북에 글을 써본다. 배에다 우걱우걱 채워 넣고 정리를 한다. 식사라기보다는 식량을 먹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문자가 와 확인한다.  어느새 오후 7시가 된다. 지인에게 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하.. 이제 시작이구나. 채비를 하고 내려가 지인의 차 운전석에 오른다. 지인이 경차가 있어 다행이다. 지인은 대리기사 앱을 켜 콜을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7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윽고 가까운 거리에 콜이 하나 잡힌다. 서둘러 운전을 하여 손님 차가 있는 곳에 지인을 내려준다. 지인이 손님차에 오르고 출발하면 나는 차를 따라간다. 멀리 가는구나, 부산에 이런 곳도 있구나 따위를 생각한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지인이 다시 차에 오른다. 그리고는 콜을 잡고 또 잡히면 손님에게로 간다. 다시 손님의 목적지로 향한다. 그렇게 쉬지 않고 7~8 콜을 탄다. 간혹 목적지가 길어질 때에는 잡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럴 때면 찬바람이라도 쐬려 창문을 내리고 도로를 달린다.


자정이 지난다. 하루종일 먹은 게 사발면 한 개라 허기는 지지만 그렇다고 뭘 입에 넣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11 콜을 내리 타고 잠시 대기하는 시간이 생긴다. 한산 한 길이다. 한참 언덕으로 올라왔다. 달도 밝다. 담배를 한대 물어 내리 태워 본다. 그래.. 술  생각도 안 나고 아무 잡념도 안 드니 다행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머리를 비우려면 몸이 피곤하면 된다. 여유를 안 주면 된다. 그래 이게 맞다.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피곤한 몸을 달래 본다. 버텨라. 버텨라. 버텨라.



새벽 1시 20분에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에서 다대포 해수욕장 쪽으로 콜이 잡힌다. 손님을 태우고 다대포를 가면 아마 새벽 2시는 되겠지. 마지막 콜이라 생각하고 움직여 본다. 새벽 2시. 나의 집이 있는 광안리 쪽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강변대로를 달리고, 평소라면 꽉 막혀있을 고가도로를 달려본다. 이 순간 아무 생각이 없다. 몸을 쉬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2시 40분이 돼서야 집에 도착한다. 지인과 오늘 번 수익을 정산을 하고 지인에게 운전대를 건넨다. 약 8만 원.. 소중하다. 지인이 집으로 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도 집에 들어선다.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본다. 물을 한잔 마시고, 바로 수면제가 포함된 취침약을 먹는다. 샤워를 했으니 간단하게 다시 세면을 하고, 침대에 누워 본다. 3시가 넘었으니 5시간은 잘 수 있다..



잠들기 전 생각을 해본다. 몇 시간을 일했을까?.. 본업을 하는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그중 점심시간 1시간 빼면 8시간, 오후 7시부터 ~ 새벽 3시, 8시간.


총 16시간을 본업과 부업을 했다. 월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화, 수, 목, 금, 토. 올해까지 지인과 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또 말한다. 빚이 생겼냐고. 그리고 몸을 걱정한다. 맞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내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술에 찌들어 우울과 공허함을 달래는 나약함을 이런 식으로 라도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허함을.. 느낄 시간도 여유도 없이 만들자.
현재로서는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뭐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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