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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Nov 18. 2024

견딤

일지 2024.11.11 ~ 2024.11.18

일지 2024.11.11 ~ 2024.11.18

태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위태롭게 항해를 이어간다.

항해를 이어갈 원동력이 떨어져 간다. 어느새 항해의 목적마저 망각해 간다.

왜 이 항해를 하고 있을까. 이 항해의 끝은 어디일까. 

하루하루 어디로 떠내려는 가지만, 이것이 내 의지인지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앞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어두운 바다에 위태롭게 버티고 버틴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마음의 고통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이유라도 알면 뭔가 고쳐 보기라도 하겠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 시간은 계속 지나간다. 어느새 11월 중순이다. 올해도 이제 몇 주 남지 않았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낙엽들이 바닥을 가득 채운다. 사람들의 옷차림들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일상의 변화는 없다. 그저 일을 하고 또 하고 집에 와 약을 먹고 잠을 청한다. 몸이 점점 과부하가 걸리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몸을 하루 종일 쓰고 또 쓴다. 식욕이 돌지 않아 여전히 식사하는 것이 어렵다. 꾸역꾸역 뭘 삼켜내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 살이 점점 빠지니 옷이 점점 커져만 간다. 주위 사람들이 염려하기 시작한다. 식사를 권하고 일을 줄이라고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웃어넘긴다. 


주말까지 내도록 일을 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 쉬어 봐야 답답함만 커질 뿐이라 그냥 쉬는 날 없이 일을 했다. 무엇이라도 해야 그나마 부정적인 생각이 덜하다. 올해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데 몸이 버텨낼까..  


올해 가을이 오면 할 일들을 정리를 해 뒀었다. 단풍을 보러 가고, 낮은 산을 등산을 가거나, 서해바다를 보러 간다 거나, 드라이브를 가려했다. 이중 무엇 하나 한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1월이 끝이 보인다. 이제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고 12월 연말을 향해 갈 것이다. 올해를 나는 어떻게 기억할까. 


한 주 한 주 아무런 변화도 이벤트도 즐거움도 보람도 기쁨도 행복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티고 보낸다. 그뿐이다. 아직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건널목 신호가 딱 맞게 초록불로 바뀔 때 그럴 때 기쁘고 행복하지 않나요.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 내려서 향 맡을 때 기분 좋지 않나요?” 

그렇구나. 그런 소소함에 기쁘고 기분이 좋아야 하구나 생각했다. 사실 그런 감흥을 잘 못 느끼겠다고 답했다. 나도 그런 소소함에 기쁨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그러고 싶다. 


금요일에는 병원에 가 상담을 받았다. 요즘 근황을 묻는다. 여전히 똑같다고 말했다. 우울하고, 가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슬픔이 올라오고, 공허하고, 불안감이 올라오면 하루종일 괴롭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가끔 귀와 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얼굴이 가렵다고 했다.


내일은 회사 워크숍으로 2박 3일간 교토를 간다. 기대가 전혀 되지 않는다. 짐을 꾸려야 하는데 뭘 어떻게 꾸려야 할지 한참을 망설인다. 가는 것도… 오는 것도 그냥 하고 싶지가 않다.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걱정이다.. 가면 그래도 좋으려나…


견디고 또 견뎌본다. 언젠가 출구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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