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도 맛있는 도토리 정도는 알아

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14.

by 김라면


새벽 등산의 장점은 명확했다. 개운하다. 단점도 명확했다. 졸리고 이렇게까지 일찍 움직여야 할까 싶다. 바운은 한숨을 쉬었다. 아래층 주민들-아니, 주민이라기보다는 그저 같은 아지트 친구이라고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의 등산 논쟁에 휘말린 게 화근이었다. 등산은 새벽이 좋다, 아니다, 그래도 오전은 되어야 사람이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높은 언성과 함께 오가던 중에 아지트의 주인이 솔로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직접 해보면 되지 않느냐.


그런 이유로, 늦게까지 떠들다가 새벽 다섯 시. 해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컴컴한 시간에 등산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정상에 도달한 사람은 역시나 체력 좋은 서빈, 수원, 그리고 연수가 전부였다. 예닐곱 명이 같이 왔는데 겨우 절반만 도착해 정상에 늘어져있었다. 서빈이 킥킥거렸다.


등산은 자신 있다고, 1등 한다던 녀석들이 아직 도착 못했네. 어디쯤 왔으려나.


수원이 나무 둔치에 기대 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놈들이 그렇지. 그래도 등산은 오전 출발이 좋다니까.

아냐. 이제 내려가서 자면 딱이니까, 새벽이 좋아. 바운이 말을 얹었다.


그 사이 연수가 지치지도 않는지, 수풀 사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쟤는 뭐 하나, 싶어 세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잔뜩 뛰어다니며 뭔가를 주워 담고 있는 것이었다.



너 뭐 하냐. 나뭇잎 주워. 나뭇잎을 왜. 맛보려고.

맛?


땀이 마른 지 채 되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 사이로 나뭇잎이 엉켜있다. 연수가 세 사람 앞으로 다가와 손에 쥐고 있던 것 여럿을 내려놓았다. 비목나무, 떡갈나무, 개요등, 상수리….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외계어처럼 중얼거리고선 풀잎 몇과 열매 몇 개를 입에 슥 밀어 넣는다.


윽.

웩.

뭐 해. 그걸 왜 먹어.



쓸없능. 쓸모없는 초능력을 누구나 하나 안고 살아가는 사회.

연수는 등산이 좋았다. 자신의 능력이 가장 쓸모 있어지는 시간이므로. 도토리 하나를 바작바작 깨서 입에 넣고서 음, 이건 별로인 것 같아. 하고 덧붙인다. 연수를 지켜보던 서빈이 가방을 뒤적여 자신을 김밥을 던진다. 익숙한 듯 한 손으로 김밥을 낚아채고, 다시 풀잎을 입에 넣는다.


"암만 네 초능력이 뭘 먹어도 탈 나지 않는 능력이라지만…. 먹을 수 있는 걸 먹어, 도라이야."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이건 상쾌한 맛이 나."


세 사람이 징그럽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역시, 등산은 새벽 등산이지?

연수가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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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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