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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 Aire Aug 28. 2020

조기은퇴 해답이 강남아파트에 있을 것 같았다

<제20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2012년, 아파트 투자를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2년 전 행신동 아파트를 산 이후부터 아파트 시세는 내려가고 있었다. 싼 매물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었고 실거래로 찍히고 있었다. 매주 부동산에 전화해서 시세 확인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그런 재미가 사라진 지 2년이 넘었다. 재산세랑 대출 이자만 내고 있었다. 세입자가 바뀌면 장기수선충당금도 내줘야 했다.


시세 오르는 재미도 없는 강북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었다. 뭔가 부족했다. 이촌, 용산, 마포도 아니고 홍제, 홍은, 행신이다.


‘강변북로 타고 상암 지나서 일산 가는 길에 있어요. 일산동구가 아니라 덕양구예요.’

‘독립문 아시죠? 거기서 은평 뉴타운 쪽으로 쭈욱 올라가면 내부순환 고가도로 있는 거기요. 그랜드힐튼 호텔도 홍은동에 있고요, 오른쪽 상명대 쪽으로 빠지면 아파트 보여요.’  


누가 물어보면 꼭 어딘지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 지역들이었다.


'아, 뭔가 조금 아쉽다. 폼이 안 난다.'


강남아파트를 하나 갖고 싶었다.


강남아파트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부동산 투자의 완성이 될 것 같았다. 우리의 조기은퇴에 대한 해답이 강남아파트에 있을 것 같았다.  




강남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거리감 때문에 매물을 알아보는 것마저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부동산 책에서 강남구 10평대 아파트를 짧게 소개한 부분이 생각났다. 그냥 강남에 있는 아파트구나 하고 지나갔던 부분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다시 찾아봤다. 2008년에 샀던 '부동산 투자의 정석'이라는 책이다. 강남에는 10억씩 하는 비싸고 큰 아파트만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여기는 3억대였다. 평수는 작지만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이제 아내만 설득하면 된다.


“내후년에 양쪽에서 전세금 들어오면 대출도 거의 다 갚을 거 같은데, 이제 우리도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사야 하지 않겠어?

“강남? 어디? 거기는 다 10억씩 하지 않아?”

“여기 일원역 앞에 수서까치마을이라고 소형 아파트가 있는데, 17평이 3억 초반이거든. 수서역 알지? 수서역세권개발이라고 해서 거기가 완전히 바뀌는데, KTX랑 GTX 역이 생기거든. 반포 고속터미널처럼 좋아질거야.”


강남에 처음 생기는 KTX 기차역이다. 지난 50년 동안 강남 사람들은 기차를 타려면 서울역이나 용산역, 혹은 광명역으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강남 수서역으로 몰릴 것이었다. 앞으로의 100년을 바꿀 대단한 변화가 생길 곳이었다.


“여기 왼쪽으로는 개포택지지구라고 해서 앞으로 몇 년간 신축 아파트들이 계속 지어지는데,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게 아파트 시세에 중요하거든. 개포동 다음은 일원동이 개발될 거라는 전망도 있더라고.”

“지하철도 정말 가깝네. 3호선 일원역이구나? 역세권 아파트인 점은 참 좋다.”

“일원역 부지가 예전에는 래미안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인데, 이 자리에 대형 건물이 공사 중이야. 마트랑 병원,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오면 동네도 더 좋아질 거야.”

“서울삼성병원이 바로 앞에 있는데, 전월세 수요는 많겠네. 의사, 간호사나 병원 직원들도 많을 거고, 입원 환자들의 가족들 수요도 계속 발생할 거 아냐. 일원동이 학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동네 맞지?”

“응. 아파트 앞뒤로 왕북초등학교랑 대왕중학교가 있는데, 여기는 강남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학업성취도가 높더라고. 중동고등학교랑 중산고등학교는 매년 서울대 합격자 많은 걸로 뉴스에도 많이 나오잖아.”

“근데 벌써 20년이나 된 오래된 아파트인데 괜찮을까?”

“입지가 워낙 좋고 땅값도 높기 때문에 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같은 개발 요구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거야. 이런 입지에 노후화된 채로 가만 놔두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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