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간사함
다친 곳이 낫길 바라는 마음은 점점 사라진다. 이런 현상만 봐도 내 다리는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몸에 아플 때에는 오직 내 몸이 낫기를 바라는 생각을 기도 하며 불안에 떨었다. 다시 못 걷게 되면 어쩌지? 남들처럼 일상생활을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걸어 다닐 때 겉으로 보기에 다른 사람과 차이가 없을 만큼 좋아졌다. 물론 아직 까진 후유증이 남아있다. 발목의 각도라든지, 발목을 쓰지 않으면 금방 굳는 다든지. 그리고 아직 잘 뛰지 못한다. 이렇게 좋아진 몸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재 취업을 해야 하는 걱정 때문이다. 본 수술을 끝내고 발목에 빈 6개를 박고 생활해야 했다. 그리고 1년 뒤 핀을 제거와 줄기새포 이식 수술로 마지막 수술을 했다. 1년 동안 나를 시험하고 싶어 여러 곳에 이력서를 시험적으로 돌려 보았다. 운 좋게도 몇 군데에서 면접 제의와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었다. 어차피 일을 시작해도 몇 개월 뒤에 핀 제거 수술을 해야 했기에 입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취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핀제거 수술을 할 때 줄기세포 이식도 함께 했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자리 잡을 때까지 발을 디딜 수가 없어 1달간 침대에서만 누워서 생활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몸이 많이 둔해지고 살도 좀 젔다. 정신까지 둔해진 것 같다. 막상 다시 취업을 하려니 귀찮은 마음과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유튜브에서 강연을 들었다. 몸이 아프면 인간은 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오직 몸만 건강하게 해달라고 바란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다 낳고 나면 건강함의 소중함은 잊어버리고 다시 다른 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이 강연자가 말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의 흐름을 경험했다. 건강이 회복되니 다른 것들을 바라기 시작하고 심지어 내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며 내가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길 바라기도 한다. 인간의 간사 함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벗어난 범위의 일들은 소홀히 하는 경양이 있었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 모든 캐어를 가족들이 해줬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족들이 나를 캐어 해 줄 수 없을 것 같다. 큰 일을 겪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쳐졌다. 그동안 재미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추구했던 삶 보다,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싶은 생각이 커져간다.
재 취업을 위해 여러 회사에 다시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더 이상 내 관심 밖의 일이라고 해서 소홀히 대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고 나서 깨달은 건강의 소중함 처럼.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성실히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