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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일기 17

진료의뢰서

by KIDAE 기대 Mar 07. 2025

대학병원에 갈 때마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되어서 진료비가 부담스러웠다. 대학병원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일반병원에서 발행해 준 진료의뢰서가 필요하다. 나는 내가 본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대학병원에서도 치료를 받는다고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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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국가장애 진단서를 위해 검사를 진행할 때 비용이 얼마가 나올지 몰라 부담으로 느껴졌다. 발목을 다쳤을 때 사고 지역의 나름 큰 종합 정형외과에서 응급 수술을 하였다. 중요한 수술이었지만 공휴일 이어서 다른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나는 이병원에서 하는 수 없이 응급 수술을 하고 누나와 내가 알아본 족부 전분 정형외과로 옮겨서 본수술과 나머지 치료도 받았다. 대학병원에 제출할 진료의뢰서를 계속 치료할 본수술을 한 병원보다는 응급수술을 한 병원에서 받는 편이 더 났겠다는 판단을 하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수술해 주신 선생님은 아니었다. 다른 병원에서 술을 해서 대면하기에 껄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선생님은 친절하게 일단 상태를 바 야하니 X-ray를 찍은 후 진료의뢰서를 써주시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X-ray를 보고는 사고 후 일반적인 상태라고 하셨다. 온 김에 국가장해진단서를 써주실 수 있냐고 하니 그건 본 수술을 한 병원에 말하라고 하셨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접수처 앞에서 진료의뢰서가 나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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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의뢰서를 받아보니 원인불명의 관절염이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이게 뭔지 궁금해서 간호사에게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가 선생님께 진료의뢰서의 관절염이 뭐냐고 묻자 의사 선생님은 다짜고짜 '왜 수술 안 하시겠다고 하신 분이 여기 와서 그러냐'라고 따졌다. 나는 당황해서 '아니 온 김에 진료 더 자세히 받고 싶어서 물어봤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고 자기 내 병원에 와서 국가장해진단서를 써달라고 하니 마음이 상했나 보다. 


 내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응급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고 날 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평생 써야 하는 다리가 한 번의 수술로 어떻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환자와 면회객 관리가 안되어 옆침대 환자의 면외객이 오면 바로 옆에서 몇 시간씩 떠들고 가 쉴 수 없었다. 지나가면서 봤던 환자로 빽빽이 채워진 8인실의 닭장 같은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휠체어보다 작아서 드나들기 입 들었다. 간병인이 없어서 아빠가 끼니때마다 챙겨줘야 했고, 머리까지 감겨줘야 했다. 결정적으로 이병원의 의사는 반드시 다리를 절 거라고 진단했고, 내가 옮겨서 본수술을 한 병원의 의사는 그런 진단은 내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준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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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옮기고 나서 아빠는 더 이상 병원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었다. 간호간병 통합시스템이 있는 이병원에서는 24시간 병실을 관리해 주는 간병인이 상주해 있다. 상주하는 간호조무사가 머리도 주에 2번은 감겨주신다.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가족과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장해진단서를 써주면 병원에 해가 가는 것인가? 환자가 병원을 보고 더 잘 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안끼를 먹더라도 더 좋아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곳에 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병원도 장사하는 곳이라 자기 손님이 아니라 생각되면 차별하는 곳인가 보다. 어쨌든 나는 마음은 상했지만 진료의뢰서를 획득했고, 대학병원에서 국가장애 진단서를 위한 검사에 드는 비용의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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