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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AE 기대 Nov 15. 2024

병중일기 1

폭풍전야

 응급실 바닥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공휴일을 맞이한 응급실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나는 휠체어에 앉아 왼쪽 발에서 흐르는 피를 바라보고 있다. 행복이 절정에 있을 때 반드시 불행이 찾아오는 것인가? 나는 회사생활, 가족관계 등 모든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외국에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름 잘 적응하며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날 찾아오기 전까지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셋이 붙어 다녔던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한 친구는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갔고, 다른 친구는 한국에 남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몇 년 동안이나 각자의 삶을 사느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일본에 있는 친구와 내가 한국으로 복귀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나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보는 날이 있게 되었다. 

 

 우리가 다시 모인 기념으로 나와 친구들은 오랜만에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갔던 것은 30살이 접어들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대 때에는 태국도 갔었고, 해마다 바다도 갔었다. 오랫동안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하는 것은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시간내기 빠듯했지만, 시간을 내어서 여행 날짜를 잡았다. 오랜만에 셋이 같이 놀러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각자 장소와 바이크 렌털숍 그리고 숙소를 알아보았다. 바다를 보면서 라이딩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처음엔 속초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속초에는 마땅한 바이크렌털숍이 없었다. 바이크를 렌털하는 숍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바이크렌털숍을 찾기로 하였다. 한 친구가 강동에 있는 바이크 렌털숍을 찾았고 우리는 강동에서 1박으로 가기 좋은 춘천으로 라이딩 코스를 정하고 숙소를 잡았다.


 내  친구들은 꾸준히 바이크를 타왔기 때문에 기어가 들어가는 높은 씨씨의 바이크를 렌털하였고, 바이크를 평소에 타지 않는 나는 베스파 스쿠터를 렌털하였다. 나는 스쿠터를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탄 것 그리고 여자 친구와 관광지에서 탄 것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타지 않는다. 구형 베스파라고 생각하고 예약했지만 현장에서 받은 베스파는 신형이었고 무게가 생각보다 많이 나갔다. 핸들을 처음 잡았을 때에는 컨트롤이 좀 힘들어서  버벅 거렸지만 이내 적응하기 시작했다. 제일 잘 타는 친구가 맨 앞에서 가고 다른 친구는 뒤에서 쫓아오며 운전이 가장 미숙한 내가 가운데 위치해 출발하였다.


 바이크를 타고 도심을 누비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시내에서는 차가 많았지만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차들은 적어지고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만남의 광장에서 다른 바이크 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지나가는 길에 해장국집 들려 점심도 해결했다. 경치가 좋아서 보는 맛도 있었다. 반대편 지나가는 바이크들에게 손을 흔들면 그쪽에서도 손을 흔들어주는 낭만이 있었다. 처음 하는 경험이라 신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안전한(?) 라이딩을 마치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바메큐와 술을 즐겼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 술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더라면 이때 술을 자제할걸 하는 후회를 가끔씩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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