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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AE 기대 11시간전

병중일기 2

뜻밖의 사고 - 응급실

**사고 관련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뜻하지 않는 사고는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다. 사고가 난 후에야 되짚어보며 사고의 징후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일상 속 사고는 마치 자연재해와 같다. 지진해일이 도시를 덮치는 것과 같이 개인에게는 그 타격이 엄청나다. 지연은 지진에 해일이 나기 전 감각이 남다른 동물들이 대거 이동을 시켜 인간에게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저 들떠있던 나는 자연이 보내는 동물들의 신호와 같이 어디선가 보내오는 위험신호를 알아채지 못했다. 사고는 뜻하지 않게 일어나고, 사고가 일어나는 것의 이유를 찾다 보면 마음이 지치고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전날 나는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셨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좋았나 보다. 평소에도 퇴근 후 술과 안주는 삶의 낙이었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 내가 거이 1년 동안 술을 못 먹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숙취를 달래 주기 위해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한 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미리 알아둔 춘천의 에스프레소 바도 가고, 닭갈비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바이크를 반납하기 위해 장거리 라이딩을 시작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제일 잘 타는 친구가 선두, 내가 가운데 그리고 다른 친구가 뒤에서 따라왔다. 앞서 가는 친구는 신호등에 주황색 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가곤 하였다. 다음 신호등에서도 나는 그냥 지나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신호등의 주황색 불을 확인하고 지나가려던 순간 횡단보도 앞에 친구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친구가 지나갈 줄 알았는데 횡산보도 앞에 서있으니 당황한 것이다. 친구는 뒤따라오는 우리를 배려해 준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브레크와 손잡이의 엑셀을 같이 잡아버렸다. 스쿠터의 핸들이 마구 떨렸고 더 이상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왼쪽을 보니 낭떠러지 그리고 이대로 직진하다가는 전못대에 부딪칠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왼발을 의자 오른쪽으로 틀어 넘기고 뛰어내리며 왼발로 도로에 착지했다. 그리고 시멘트 바닥에 바닥에서 3번 구른 후 멈췄다. 구를 때 본능적으로 팔꿈치로 바닥을 짚어 머리를 보호하려고 했다. 뜻하지 않은 사고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왼쪽 신발이 벗겨 저 있었고, 왼발에서 피가 나서 양말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119에 신고하고, 내 왼쪽 발의 양말을 벗겨보니 발 바깥쪽에 10cm 정도 찢어진 상처가 이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꿰매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구급차를 타고 친구들은 남아 사고 스쿠터를 수습하였다.


구급대원과 함께 근처 제일 큰 정형외과로 향했다. 그곳이 흉터 없이 잘 꿰맨다고, 그때 가지만 해도 구급대원들도 그냥 찢어진 상처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송 중 발가락을 움직여보니 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사고날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을 보기 전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보러 갔다.


 선생님은 뜻밖의 말을 했다. 많이 다치셨다고.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왼발의 정강이 뼈와 발사이에 동그란 뼈가 분쇄 골절로 두 동강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은 오늘이 휴일이라 수술을 세팅하려면 여러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갑자기 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겁이 나서 수술을 일단 미뤘다.


 가족들이 하나둘 병원으로 왔다. 마침 근처에 있던 누나내 식구들이 먼저 도착하고 엄마와 아빠가 차례로 왔다. 나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아버린 가족들은 일단 큰 병원으로 옮기길 원했다. 그걸 의사 선생님이 들어 버렸고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아직도 의문이지만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평생 큰 병으로 병원에 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의 시스템에 무지했다. 휴일이라 근처 응급수술을 할 병원을 찾기는 어려웠고, 대학병원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누나가 다시 한번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겠다고 들어갔다. 하지만 내에게 이미 설명한 것을 또다시 반복해야 하는 의사 선생님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제야 밀려오는 후회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미리 나에게 귀띔해 준 것 같은 사고의 징조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전날 술을 조금만 마실걸, 브레이크와 엑셀의 사용법을 좀 더 익혀둘걸, 좀 더 짧은 거리의 라이딩 코스를 제안 걸, 이와 같이 지금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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