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Jul 01. 2022

맹세!!

노력할 목표가 생겼다.

티켓을 끊고 아이들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이제 고작 열 살인 아이들에게 당장 열흘 후 출국은 없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남편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 갑자기 한국을 가게 됐어. 원래 예정보다 많이 빨라졌어.”

“언제 가?”

“열흘 후에...”

순간 아이들 표정이 멍해졌고 나와 남편 얼굴을 번갈아보며 장난인지 아닌지 헷갈려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검사를 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할 수가 없어서 한국을 가야 한다고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갑자기 한국 가는 것도 충격인데 엄마가 아프다니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엄마, 고칠 수 있는 병이야?”라고 묻는 첫째.

“응. 이 뽑듯이 목에 있는 혹도 빼면 된대.” 눈물을 꾹 참고 대답했다.

“그럼 우리 다시 중국 올 수 있어?”

“잘 모르겠어. 수술하고 엄마 회복하는 거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약속으 못하겠어.”

첫째는 울기 시작했고, 둘째는 어쩔 줄 몰라하며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나도 너무 미안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첫째를 안고 미안하다고 한참을 울었다.


태어나 한국에서 지낸 시간과 중국에서 지낸 시간이 비슷한 아이들이다.

친구라는 개념이 생기고 나서는 중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도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은 아이를 더 슬프게 했다.


친구,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 당장 출국 다음날 있을 견학을 못 간다는 것,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 등 나에겐 사소할지라도 아이에겐 아쉬울 것투성이다.

“엄마 치료 잘 받고 빨리 끝나면 돌아올 수도 있어, 그리고 혹시 못 오게 되더라도 코로나 끝나면 방학 때라도 꼭 놀러 와서 친구들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줄게.”

난 진심으로 약속하며 첫째를 달랬다.


첫째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에 “한국 간다고? 우와!! 우와!!” 기쁨의 감탄사가 아닌 당황함에 어쩔 줄 몰라하며 거실을 서성이는 둘째를 불러 무릎에 앉혔다.

한국 가서 좋아서 그런 거야, 아님 놀라서 그런 거야?” 아이가 답이 다.

 “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너무 놀랐던 건지, 누나가 너무 울다 보니 참아야겠다 생각한 건지 몰라도 둘째는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나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싫어.” 둘째가 목놓아 울었다.

난 죄인이 되었다.


‘왜 하필 나에게..’라는 질문이 어리석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아이들까지 마음 아파해야 하는 건지

누군가 따질 사람이 있으면 따져 묻고 싶었다.


아이들과 한참을 울고 달래며 마음을 추슬렀다. 남은 열흘 동안 후회 없이 잘 지내보자고 약속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우리에게는 엄마가 제일 중요해. 그렇지만 갑자기 가야 해서 슬퍼서 우는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pixabay



첫째가 나에게 오더니 “엄마, 맹세해!”하고 오른손을 펴서 어깨 옆에 든다.

“맹세! 나는!” 하며 나에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도 오른손을 들고 첫째를 바라보며 따라 말했다.

“맹세! 나는! 열심히 치료받고 빨리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맹세!”


맹세… 약속보다 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다짐이 생겼다.

내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의 일상을 찾기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할 목표가 또렷해졌다.


그제야 놓고 있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전 04화 힘든 숙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