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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책방 Feb 02. 2024

내 마음에 작은 캔들 하나


집 한 구석에 방치돼어 있던 작은 초.

메인은 아니었고, 어떤 것의 덤으로 만났다. 그런데 그 메인이 뭐였는지 생각나질 않는다.

이 초가 너무 예뻐서 선반에 잘 올려둔 채 아마도 한참이 흘렀지! 아까워서 불을 켜볼 생각도 않은채 바라만 보다가 그만 잊었지!

오늘에야 잊었던 것을 꺼내본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

눈에 보이자마자 납치하듯 낚아챘다.

책이 가득들어 더이상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발버둥치는 가방을 바라본다.



안돼면 내가 품고가도 충분해.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간다.



출근하고, 점심을 먹고서야

아~~ 제주 캔들

감성 충전이 하고 싶어졌다.



어라,

라이터가 없다

내겐 불이 없다

불만 없다

남편을 기다린다



불좀 댕겨봐~


그러다 불낸다~~

잔소리 다음에야 만나는 광경이었다


우와



촛불하나 켰을 뿐인데,

기분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소주잔만한 초에서 살아난다.

인간에게 불이 전해진 순간부터

불씨들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난다.


이토록 잔잔한 불멍이라니

마음이 이렇게 안정되다니

이게 뭐길래 내 마음이 이렇게 요동치나.



한 번 더 깊이 들여다 본다.

마을이 있다.

이 작은 생명체들이

생명 없이도 이어가는 이야기가 있다.


내리 꽂은 나무 형상이 없었더라면 어쩔뻔 했나. 멋지다.



한번 더 가까이 들어가 본다.



자기의 뮈늬와 옷을 입고 있다.

서로 다른데 우리는 조개껍데기라 부르고

캔들이라는 이름에 담았고

조화를 이루게 하며 아름답다고 느낀다.


만들어 두고 심히 좋더라

초가 다 타지 않는 한

영원할지도 모르는 우주를 만들었다.






우주가 내 손에 담겼다.


이 사진 하나 내려 놓으면

이야기들을 붙여줄 친구들이 있다는 게

나를 수다스럽게 만든다.



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지 못하면서도

내게는 영원히 따뜻해줄 사람들을

그리워 한다.


이기적 유전자라 불리고 싶지 않다.

그대 곁에서 꿀을 꺼내먹는 꿀벌일지라도

귀찮게 윙윙 ~~  대는 꿀벌일지라도


그대의 꽃이 피는 순간을

기꺼이 기다리는 전달자가 되고 싶은 심정으로

오늘도 달콤한 것들을 찾아 다닌다.


by 열쇠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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