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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16. 2023

고객(민원) 응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자신의 업무를 초반에 장악하라

얼마 전 차량에 문제가 있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리콜을 받은 부분인데도 계속 문제가 발생해 점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에 사람도 차도 말썽이다. 센터에 도착하니 피서 전 점검을 받기 위한 차들과 폭염에 쓰러진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창구에 가서 내 차의 증상도 말씀드렸다. 오래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휴게실의 자리도 이미 차고 넘쳐 서 있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창구 직원에게 잠시 밖에 다녀와도 되냐고 여쭤보니, 


"앞에 기다리고 있는 차량이 많아서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점검을 우선 받아야 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라고 답했다.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정비기사님이 오시더니 "아, 고객님 그 증상은 예약을 잡고 오셔야 됩니다."라고 했고, 창구 직원은 "예약을 잡아 드릴까요?"라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예약을 잡아야 하는 업무였다면,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라며 의아해했지만, 날짜를 잡는데 협조했다. 휴대폰 번호를 6번 넘게 물어보는 통에 혼이 다 빠져나갔지만 마지막으로 내 번호를 불러주면서 확인을 했으므로 큰 문제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점검 당일, 예약한 사실을 깜빡 잊고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예약 당일 전화와 문자를 미리 준다고는 했지만 나도 약속을 놓쳤으니 크게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죄송해서 멋쩍게 웃으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 창구 직원은 아무리 연락을 드려도 안 받아서, 이럴 거면 왜 번호를 받았겠냐면서 투덜거렸다. 


"연락이 안 왔었는데요?"


"네? 010-1200-1234 아니세요?"


"네..."


나는 한 번 더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번호를 많이 말씀드렸었는데, 0 하나를 3이라고 잘 못 기입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나도 늦었으니,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점검을 부탁드렸는데 "오늘 증상이 화면에 뜨나요?"

라는 질문에 한 번 더 뻥 지고 말았다.


"아니... 오늘은 안 뜨죠. 날씨가 많이 더워야 뜨는데, 오늘은 안 떠요."


"아~ 그게 증상이 오늘 떠야 정비가 가능하거든요~"


"증상이 있는데, 화면에 안 뜬다고 해서 점검이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네..."


"며칠이고 매일 계속 뜨다가 오늘 안 떴고, 점검 예약하러 왔을 때 보면 되는데,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차를 받으면 점검을 어떻게 하나요...?"


"점검을 할 때 화면이 딱 뜬 걸 확인해야 본사에 이야기할 수 있어서요"


"아니 그럼... 아예 사진을 찍어 놓으시죠..."


"사진 있으세요?"


"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가능해져버리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분명 본사의 지침이 있는데 직원이 우회해서 응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고객은 알면 안 되는데 응대는 그렇게 해야 하는? 예전에 매장에서 고객응대를 많이 해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차를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직원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몇 번 방문을 했지만 방문 때마다 느꼈던 그분의 스트레스가 나의 마음도 불편하게 했다. 도대체 왜 그 직원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조심스럽지만 매장을 6년 가까이 운영해 온 경험으로 고객 응대 스트레스 감소 방안에 대해 조금 고민해 보았다.


고객을 응대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대전제는 바로 '업무를 장악하라'이다. 이건 회사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을 해도 똑같다. 자기가 맡은 일은 무조건 장악해야 한다. 자영업자라면 본인의 회사나 가게의 돌아가는 일을 모두 다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 맡은 일이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불편한 시간을 계속 지나다 보면 어느새 손에 익어 자기 일에서 만큼은 베테랑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년 차가 되고 5년 차가 지나가고 10년 차가 되어보면 과장 조금 더 보태 눈감고도 일을 척척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무를 장악하면 자신감도 생긴다.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세렝게티의 초원에서 활 쏘는 법, 칼 쓰는 법, 총 쏘는 법 중 그 어떤 생존, 사냥 기술도 배우지 않고 홀로 서 있으면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하위 포식자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사냥 기술을 다 갖추고 안전장비까지 구비하면 어떤 상위 포식자가 와도 두렵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 업무 장악은 보통 초반에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동물의 왕국에 홀몸으로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사냥기술도 없이 들어갔다. 매일 도망 다니며, 숨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살아남았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1년은 어떻게 버텼지만 배운 기술이라고는 숨거나 도망 다니는 게 다였다. 다음 1년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래서 업무 장악은 반드시 초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입사 후 첫 한 달, 그리고 석 달은 오로지 자기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일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조금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초반에 업무를 장악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몰입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초반의 과한 몰입이 평소 노력하는 것에 몇 배는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업무 프로세스 중 이상한 것이 발견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인간은 전에 하려던 습관대로 하려고 하고,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의 시작 때 먹은 마음가짐과 몰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MZ꼰대'라는 말만 듣고 후배들의 신임을 모두 잃어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입밖에 절대 꺼내지 않는다. "첫 3개월은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도 업무를 장악하라"라고 말했다가는 3초 만에 바로 매장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다행히 글쓰기를 통해 조심스레 내 생각을 엮어보는데, 나는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단 일주일이라도, 단 한 달이라도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법령도 찾아보고 지속적으로 연찬을 한다. 내가 맡은 업무 내에 각종 통계 자료는 대충 그림을 그려놓고, 중요한 숫자는 대부분 암기해 놓는다. 그래야 상급자가 물어봤을 때 바로바로 답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가 빠르게 장악되고 나면,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갈 때 편해지기 시작한다. 상급자도 처음에는 기다려준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으면 안심하고, 비로소 팀워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고객응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창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보통 꽤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고객응대, 시재관리, 사업장 연락, 물품주문, 직원급여 관리 등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특히 일이 중첩되어 진행될 때는 자그마한 실수가 큰 문제로 발전되기도 한다. 삼각김밥을 10개 준문하기로 했는데 1000개를 발주를 넣는 다던지 말이다. 


따라서 처음에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각 업무별로 확실하게 연찬을 해 둘 필요가 있다. 


업무 연찬이 잘 되었고 업무장악이 잘 되었는지 확인 또는 검증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계인수다.


신입직원이 새로 와 업무를 가르쳐야 하거나 후임자가 들어와 업무를 전부 인계하고 가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인계인수 시에 말로 대충 하고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구두로 대충 이야기하고 가고, 폴더 정리도 안 해놓고 가는 선임자들이 내가 속한 조직에도 아주 많다. 처음 하는 일인데도 몇 마디 말로 인계인수를 때우려고 하는 태도를 보면 아주 신물이 날 지경이다. 반면, 한글 파일에 꼼꼼히 적어서 인계하는 직원도 있다. 나는 인사발령 한 달 정도 전에 파일을 만들기 시작한다. 원론적인 내용은 당연히 적어놓더라도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것과 일의 강도에 대한 분석, 몇 달 뒤 느낄 감정에 대해서도 꽤 상세하게 적어주고 간다. 여담이지만 후임자 한 명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지금 제가 딱 느끼고 있던 걸 반장님도 느끼셨네요. 너무 공감돼서 바로 위로가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면 왜 구두상으로 인계인수를 할까.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업무를 장악하지 못한 담당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내 업무를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은 흘러온 대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신입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공문 읽어보세요", "공문 찾아보세요"였다. 바로 옆에 있으니 잘 가르쳐 줄게요라는 말은 인사발령 전 날 딱 하루였다.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일을 장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일을 가르쳐 줄 단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한편, 일을 장악하면 일을 잘할 수는 있는데, 일을 잘한다는 것이 일을 장악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장악하지 않아도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잘하면 뭔가 계속 놓치는 듯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악성민원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는데 마음이 많이 좋지 않다. 몇 년 되었지만, 오죽하면 전화에도 폭언과 욕설을 삼가 달라는 멘트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이 퍼지게 되었을까. 악성민원까지는 다른 영역이라 하더라도, 고객 응대를 많이 해야 하는 창구 직원이나, 민원인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 동료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빠르게 숙달해서 업무를 장악한 후 보다 낮은 스트레스를 받아며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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