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매림 Sep 22. 2020

내가 프리랜서라니!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2018년 7월


6개월의 짧은 회사 생활을 끝내고 백수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의 나의 시간, 기분, 심지어 식사 메뉴까지 모든 기준은 내가 아닌 남이었다.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 소모는 항상 예상보다 많았고, 나는 빠르게 지쳐버렸다. 



얼굴도 모르는 대표님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그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모두를 위해 맞춰진 일정과 규칙에 나를 끼워 넣는 하루하루가 너무 불행하게 느껴졌다.





몇 년을 고생한 결과가 겨우 2미터 옆 책상에 앉는 거라니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낸 5년 뒤, 10년 뒤의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 옆 옆자리로 옮겨 더 높아진 직책과 책임을 껴안고 똑같이 밤을 새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직이라는 고비를 한 단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트랙일 뿐이었다.



나는 떠밀려 달리기에 바빴던 이 달리기 트랙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2020년 9월

어느덧 회사를 떠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년. 어떻게 보면 참 짧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다. 


처음의 나는 회사를 나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몇 달뒤, 혹은 늦어도 1년만 지나면 자리를 잡고 나다운 무언가를 멋지게 만들어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능력도, 경력도 없는 데다가 조언해줄 프리랜서 선배, 동료 또한 없는 나에게는 참 험난하기만 한 2년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작한 일들은 엎어지고 깨지기 일수였고. 지난 2년간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에 지칠 대로 지쳐버려 처음의 용기와 기대는 사라지고, '동기들은 이미 연차도 많이 쌓였는데, 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뒤덮여 스스로 많이 위축되고 우울해졌다.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는 바람에 뭐하나 전문적인 것도 없고, 끈기 있게 지속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고, 다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회사를 가야 하나 고민으로 최근 몇 달간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큰 기대 없이 유튜브에 '프리랜서'를 검색하니 많은 프리랜서들의 고충이 담긴 영상들이 있었는데, 그 영상들을 보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내가 프리랜서였구나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반백수'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냥 가끔 남는 일을 하는 백수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한다기에는 너무 적은 수입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너무 불안해서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느라 바빴다. 


내가 생각한 프리랜서는 월급의 몇 배의 수익을 벌고, 여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스타벅스에 맥북으로 작업하는 사람인데.. 스스로 잡아둔 프리랜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나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마냥 정신이 번쩍 났다.


아.. 프리랜서가 원래 그런 거였구나.
내가.. 프리랜서였구나?


주변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그럼 네가 프리랜서지 뭐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속 깊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서, 프리랜서라는 멋진 직업이 이런 누추한(ㅋㅋ) 모습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사실 퇴사 전에도 프리랜서의 고충에 대해 몰랏던 건 아니다. 불규칙한 수입, 불안함, 영업 등등.. 그러나 당시에는 어렴풋이 느껴지던 고충들이 마음속 깊이, 아주 뼛속 깊이 공감하게 된 나를 보며 '아 이제는 정말 프리랜서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영상 속 프리랜서들의 힘든 시기, 수익이 없던 시절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다. 모든 분들이 그러한 시기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건강과 시간관리 등 나름의 고충을 겪으며 만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일을 한다는 점이다.


'지금 나는 많이 위태롭게 지내고 있지만,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 저분들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희망이 생겼다.


지금도 나는 아직도 프리로써 자리잡지 못했고, 수익도 적고, 기복도 심하다.

내가 프리랜서로 성공한 경험담이 아니라

프리랜서로써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해


내가 느낀 것, 배운 것을 기록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같은 고민을 했던 분들에게 길을 묻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반백수 디자이너분들!

우리는 프리랜서였어요. 프리랜서가 원래 그런 거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