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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갱년기와 동행

by namddang

갱년기는 단편 드라마가 아니다. 길게 이어지는 시즌제 드라마다.

홍양은 이 시즌 드라마를 벌써 5년 넘게 찍고 있다. Never ending story다. 갑자기 더워서 선풍기를 틀고, 또 갑자기 추워져 이불을 찾는다. 홍양은 "내 몸인데도 내가 잘 모르겠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붙었다. 밤엔 자꾸 깨고, 체중도 예전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먹는 건 줄였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체중계는 눈치가 없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라고 한다'는 표현이 있는 이유는 나도 사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홍양이 나에게 하는 푸념조의 얘기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홍양에게 괜히 주위에서 들은 얄팍한 지식의 전달은 하지 않는다. '잔소리'로 오해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들은 갱년기에 감정 기복이 심하다던데, 홍양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혹시 속으로 삼키고 있어서 스트레스로 번질까 봐.

호르몬 치료를 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암에 대한 가족력때문에 그냥 참고 지내겠단다. 대신 요즘은 영양제와 유산균을 꾸준히 챙겨 먹고, 요가, 필라테스,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문득, 예전에 어머니가 '방이 답답하다'며 꼭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주무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조금 불편해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도 그 시기를 겪고 계셨던 거다. 이제 홍양이 겪는 걸 보니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그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편하게 해 드릴걸..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나는 조심하려 한다. 여기서 '조심'이란, 말 많은 관심이 아니라, 그냥 조용한 동행이다. 괜한 어설픈 간섭보다는 그저 옆에서 홍양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갱년기는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모른다. 경험해 봐야 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갱년기의 고통은 스트레스와 비례한다. 최소한 '나'라는 존재가 주는 스트레스만큼은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럴 땐 주말부부가 의외로 축복일 수도 있다. 매일 안 부딪히니 서로 숨 쉴 틈이 있다.


우리는 주말에 함께 운동하고, 함께 걷는다. 그리고 '나 혼자 산다'를 함께 보며 함께 웃는다. 좋은 안주에 한 잔도 잊지 않는다. 이것이 '슬기로운 갱년기 생활'이 아닐까? 웃음과 대화가 전부다.


(추신) 홍양에게 드리는 비공식 메모


말로 하면 잔소리가 될 수 있어 글로 대신합니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단계"라는 통보를 받고 많이 놀라셨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몸무게가 느는 건 속상한 일이죠. 제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군것질을 줄이기와 규칙적인 식사를 조금 더 일정하게 유지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흡수한 영양분은 간에서 포도당으로 바꾸죠. 포도당은 피를 타고 돌다가 인슐린이라는 도우미 손을 잡고 몸세포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음식(여기서는 단 음식,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등, 즉 군것질 거리)이 너무 자주 들어오게 되면 인슐린도 지쳐서 일을 안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남는 포도당은 갈 곳을 잃고, 피 속을 떠돌다 소변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게 당 수치 상승의 원인입니다.


다행히 요즘 군것질을 줄이신 거 정말 잘하고 계세요. 너무 단호하게 끊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죠. 과유불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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