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FSRU, 바다 위에서 탄생하는 에너지 독립(II)

by namddang

지난 글에서 FSRU가 왜 '바다 위의 LNG 터미널'이라 불리며 에너지 독립을 떠받치는 전략적 자산이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그 FSRU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재기화 (Regasification) 장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본다.


FSRU의 역할은 명확하다. 영하 163도의 액체 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로 바꾸어 국가 가스 배관망이나 발전소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액체를 기체로 바꾸는 과정이 아니다. 대용량의 극저온 액체를 상온의 기체로, 그것도 고압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고난도 공정이다.


현재 상용화된 FSRU 가운데 세계 최대급 재기화 장치는 시간당 약 1,000톤의 LNG를 기화시킬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이미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오션 역시 동급 설비를 건조 중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재기화 장치 개발로 장영실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는 대형 LNG선을 통해 들어온 LNG를 끊임없이 가스로 바꾸어 한 나라의 도시와 산업 전반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참고로 대형 LNG선 한 척이 싣고 오는 LNG 양은 천연가스 수입 세계 3위인 우리나라가 거의 하루동안 사용하는 양에 맞먹는다.


먼저 압력 이야기부터 해보자.

대용량 극저온 LNG는 기화되기 전에 특수한 고압 펌프를 통해 60~100 기압까지 압력을 올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육상 가스 배관망은 길고 복잡하며, 수십 km 떨어진 발전소의 가스터빈을 돌리기 위해서는 고압가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극저온 고압펌프는 전 세계에서 단 두 개 업체만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 장비다. 산화가 필요한 장비이지만, 아직 요원하다.


그렇다면 극저온 LNG를 상온의 가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열이 필요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열이 필요하며 그 둘을 더하면 된다. 하나는 잠열 (Latent Heat)이고, 다른 하나는 현열 (Sensible Heat)이다.

잠열은 끓는점에 도달한 액체가 온도 변화 없이 기체로 바뀌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LNG의 끓는점은 약 영하 163도이며, 이때 필요한 잠열은 약 511 kJ/kg이다.

현열은 온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현열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열용량 (Heat Capacity)이 필요하다. LNG 열용량은 약 2.2 kJ/kg-oC다.

영하 163도 LNG를 영상 5도까지 올린다고 하면 필요한 현열은,

2.2 kJ/kg-oC x (5 - (-163))oC = 370 kJ/kg이다.


잠열과 현열을 더하면 답이 나온다.

즉, LNG 1kg을 천연가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총열량은 약 881kJ이다.

그러면 이 열량은 어디에서 어떻게 공급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박의 재기화 설비는 바닷물을 열원으로 사용한다. 바닷물은 사실상 무한하고, 열용량도 약 4kJ/kg-oC로 크다.

예를 들어 13도의 해수를 끌어와 LNG 기화에 열을 주고, 3도로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해수 1kg이 줄 수 있는 열량은 4kJ/kg-oC x 1kg x (13-3) oC = 40kJ이다.

LNG 1kg 기화에 필요한 881kJ를 공급하려면 해수는 약 22kg이 필요하다.(881 / 40 = 22)

이를 시간당 1,000톤의 LNG로 환산하면, 필요한 해수량은 무려 시간당 22,000톤에 달한다.

22,000톤의 바닷물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m 길이 x 25m 폭 x 2m 깊이 가정) 9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엄청난 양의 해수를 매시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형 펌프가 필요하고, 그만큼 동력 소모도 크다.


초창기에 재기화 장치는 LNG와 해수를 직접 열교환하는 방식이었다.

해수 직접 열교환 방식 재기화 시스템

그러나, 대용량 해수를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펌프 동력과 해수로 인한 부식 문제가 점차 부담으로 작용했다. 효율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해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 FSRU의 재기화 시스템은 LNG와 해수 사이에 중간 열매체를 두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중간 열매체가 글리콜 용액으로 자동차 부동액을 생각하면 된다.

중간 열매체 순환 방식 재기화 시스템

글리콜 용액은 영하 30도에서도 얼지 않아 운전 안정성이 높고, 해수보다 온도 차이를 크게 가져갈 수 있어 필요한 유량도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펌프 동력은 감소하고, 설비 신뢰성은 높아졌다. 재기화 장치는 고도의 열교환 기술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초창기 재기화 장치는 SRV (Shuttle Regasification Vessel) 개념이었다.

즉, LNG선에 재기화 장치를 설치해 셔틀버스처럼 정기적으로 LNG를 싣고, 발전소나 배관망에 접안하여 가스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급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2~3척이 필요했고, 매번 배관을 연결하고 분리해야 했다.

결국 SRV는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선주 입장에서는 대형 재기화 설비를 선박에 상시 설치하여 운항하는 게 부담이었고, 운영 측면에서도 번거로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해결한 대안이 바로 FSRU다.

FSRU는 LNG선과 유사한 외형을 갖고, 한 곳에 장기간 정박해 LNG를 저장하고 재기화에만 집중한다.

LNG선이 정기적으로 LNG를 공급해 주고, FSRU는 이를 저장해 가스로 만들어 끊임없이 육상으로 보내준다.

더 나아가 FSRU는 자체 추진 능력을 갖추고 있어 가스 공급 계약이 끝나면 스스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고정식 인프라와 이동식 설비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셈이다.


FSRU의 재기화 장치는 단순히 액체를 기체로 만드는 설비가 아니다.

극저온, 고압, 대유량이라는 세 가지 극한 조건을 동시에 다루는 고난도 기술 집약체다.

이 기술은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며,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한다. 괜히 미국이 우리나라 조선 산업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게 아니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