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U, 바다 위에서 탄생하는 에너지 독립(I)
지난 10월 말, 미국 Excelerate Energy사가 이라크와 FSRU 프로젝트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Excelerate Energy사는 전 세계에서 10척의 FSRU를 운영하는 글로벌 LNG 인프라 전문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그들의 FSRU 운영 규모는 11척으로 늘어난다.
뜬금없이 우리와 관계없어 보이는 미국과 이라크 FSRU 계약 체결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투입될 FSRU를 HD현대중공업에서 독자 기술로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FSRU(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는 말 그대로 '바다 위의 LNG 터미널'이다. 해상에서 LNG를 저장하고, 이를 기화시켜 소비처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설비다.
육상 LNG터미널이 긴 시간과 큰 규모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FSRU는 비교적 빠르고, 유연하게 LNG 공급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어떤 인프라가 적합한가'는 국가의 수요 구조, 경제 상황, 에너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육상 터미널은 대규모 장기 수요가 있는 국가에 적합하다.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안정성과 운영비 예측성이 높다.
특히, 대규모 산업시설이나 안정적인 천연가스 소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육상 터미널이 효과적이다. 세계 1~3위 LNG 수입국인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육상 LNG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FSRU는 초기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설치 및 가동이 빠르며, 필요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LNG 수요가 갑자기 증가한 지역, 단기 수요가 예상되는 국가, 또는 정치, 지리적 위험으로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한 지역에서는 FSRU가 훨씬 경제적이고 매력적이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육상 LNG 터미널이 비용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당장에 LNG를 사용해야 하거나 (예를 들면 겨울철 난방용 가스 부족), 육상 인프라 구축에 충분한 투자가 부담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FSRU는 적절한 해법이 된다.
실제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하여 리투아니아와 터키는 각각 1척과 3척의 FSRU를 운영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4척을 모두 HD현대중공업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사례는 흥미롭다.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러시아 가스에 의존해 오던 리투아니아는 가격 인상과 정치적 압박을 경험했다. 러시아 때문에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FSRU 도입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그 배 이름을 ‘인디펜던스(Independence)’라 명명했다. 에너지 독립을 향한 국가적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명명식에는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직접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하였다. 이는 에너지 독립을 향한 한 나라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왔다. 공급 가격은 LNG보다 저렴했지만, 정치적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겨울철 가스 중단'이라는 공포가 반복됐다.
결국 LNG 수요는 전략적 차원에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당장 급하다 보니 FSRU가 필요하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 주요국들이 앞다퉈 FSRU 도입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이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라 신규 FSRU를 발주해도 인도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쟁 초기에는 기존 LNG선에 재기화(Regasification) 시스템을 붙이는 개조 방식으로 중국 조선소에 발주를 하였다. 동시에 중장기적 해법으로 신규 FSRU를 한국 조선소에 발주를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Excelerate Energy사 외에 MOL (Mitsui OSK Lines, 일)에서 발주한 FSRU1 척도 건조하고 있다. 이는 2027년 폴란드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화오션도 MOL에서 발주한 또 다른 FSRU 1척을 건조하고 있다. 이는 2027년 싱가포르에 투입될 예정이다.
FSRU는 단순한 해상 LNG 터미널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며 에너지 정책 선택지를 넓혀주는 전략적 자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 조선산업의 축적된 기술력이 있다.
다음 글에서는 FSRU가 LNG를 어떻게 가스로 만들어 보내는지의 기술적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