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기 Mar 07. 2020

예쁜 쓰레기 vs 허름한 소장품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단상



수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갖고 있던 많은 것을 버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새로 산다면  


지구에게 좋은 일인가? 


미니멀한 에어 팟을 사면서 쓸만한 유선 이어폰을 다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버리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하나의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  


나의 오래된 물건들을 떠올려보자 


리폼해서 계속 입고 있는 19년 전에 산 옷 


18년간 쓰고 있는 커터칼  


9년 된 데스크톱 컴퓨터 성능이 간당간당 전자기기가 참 오래 쓰기 힘들다. 


6년째 쓰고 있는 아이폰5s (그전에는 3Gs) 



처박아 놓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쓸데없어도 간직하고픈 것들이 있다.  


보지 않아도 꽂아 둔 책  


가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아이패드 1세대 


부서지고 먼지 쌓인 건담, 에반게리온 피규어


내가 가진 쓰레기들 


쓰레기가 될 것들을 내 삶에서 감당하기 


버리면 쓰레기지만 안 버리면 소장품 


최선을 다하여 버리지 않기  


버렸다면 다시 사지 않기  


그래, 사봤자 또 예쁜 쓰레기야. 


예쁜 쓰레기보다 허름하지만 친근한 소장품을 갖도록 하자. 


반려 물건이라고 해도 될까나? 


"내가 죽을 때 평생 간직했던 이 물건을 함께 묻어주시게." 


그럴만한 것이 하나쯤 있으면 덜 외로울 것 같아. 


그리고 나누기 




2  

미니멀한 인간관계란? 

나 홀로 라이프는 과소비 라이프가 될 수 있다. 

외로워서 결제하기를 누른다.  

주고받고 나눌 곳이 없다. 

물건이 쌓인다. 


아무도 없으면 미니멀 라이프를 살 수 없다 

나와 결이 맞는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들을 사지 않고 나눌 사람들.  

서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담백한 인간관계. 




3

어떤 병에 무언가를 채운다고 하자. 

병에 최대한 많이 넣을수록 쓰는 병의 개수는 최소가 된다.  

이렇게 미니멀과 맥시멀은 통한다. 




에너지가 절약되는 방향이 아니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다.  

새벽 3시로 가는 지금 

잠이 오지 않아 스탠드를 켜놓고 글을 끄적이는 나

미니멀 라이프는 글렀다.  





*

부서진 피규어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작업에 사용하였다.

https://smartstore.naver.com/kikim






매거진의 이전글 마뜩잖은 조커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