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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쓰레기 vs 허름한 소장품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단상

by 정기


1

수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갖고 있던 많은 것을 버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새로 산다면


지구에게 좋은 일인가?


미니멀한 에어 팟을 사면서 쓸만한 유선 이어폰을 다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버리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하나의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


나의 오래된 물건들을 떠올려보자


리폼해서 계속 입고 있는 19년 전에 산 옷


18년간 쓰고 있는 커터칼


9년 된 데스크톱 컴퓨터 성능이 간당간당 전자기기가 참 오래 쓰기 힘들다.


6년째 쓰고 있는 아이폰5s (그전에는 3Gs)



처박아 놓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쓸데없어도 간직하고픈 것들이 있다.


보지 않아도 꽂아 둔 책


가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아이패드 1세대


부서지고 먼지 쌓인 건담, 에반게리온 피규어


내가 가진 쓰레기들


쓰레기가 될 것들을 내 삶에서 감당하기


버리면 쓰레기지만 안 버리면 소장품


최선을 다하여 버리지 않기


버렸다면 다시 사지 않기


그래, 사봤자 또 예쁜 쓰레기야.


예쁜 쓰레기보다 허름하지만 친근한 소장품을 갖도록 하자.


반려 물건이라고 해도 될까나?


"내가 죽을 때 평생 간직했던 이 물건을 함께 묻어주시게."


그럴만한 것이 하나쯤 있으면 덜 외로울 것 같아.


그리고 나누기




2

미니멀한 인간관계란?

나 홀로 라이프는 과소비 라이프가 될 수 있다.

외로워서 결제하기를 누른다.

주고받고 나눌 곳이 없다.

물건이 쌓인다.


아무도 없으면 미니멀 라이프를 살 수 없다

나와 결이 맞는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들을 사지 않고 나눌 사람들.

서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담백한 인간관계.




3

어떤 병에 무언가를 채운다고 하자.

병에 최대한 많이 넣을수록 쓰는 병의 개수는 최소가 된다.

이렇게 미니멀과 맥시멀은 통한다.




4

에너지가 절약되는 방향이 아니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다.

새벽 3시로 가는 지금

잠이 오지 않아 스탠드를 켜놓고 글을 끄적이는 나

미니멀 라이프는 글렀다.





*

부서진 피규어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작업에 사용하였다.

https://smartstore.naver.com/k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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