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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05. 2024

음악 일기 / 뉴욕 / 2014.10.4

반지하에서는 언제나 빛이 그립다. 지하보다 그 정도가 좀 더 심하다. 조금의 빛이 어딘가에서 새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끔은 삶의 이유가 되는 그 희망은 대부분 잔인하다.


뉴욕에 살면서  번의 이사를 했다. 유학원에서 소개해준   렌트비 1,200불의 리지우드에 소재한 홈스테이, 지하였다. 헤이코리안에서 찾은 630불의 써니싸이드에 소재한 2 아파트 거실. 그리고 뉴욕생활의 대부분을 지낸, 역시 헤이 코리안을 통해 찾은 500불의 우드싸이드에 소재한 반지하. 주인은 제리라는 젊은 대만여자였다.


뉴욕의 월세 시스템은    방세를 미리, 티파짓의 개념으로 묶어 놓고, 다달이 같은 금액의 월세를 내면 됐다. 물론, 디파짓을 약간  받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처럼 월세의 10 이상을 보증금으로 받는 경우는 없다.


홈스테이에는 오래 머물 이유가 없었다. 월세도 비쌌고, 맨해튼과도 멀었으며, 밥도 맛이 없었다. 주인 가족들은 친절했지만, 나는 한 달 살고 방을 빼기로 했다. 내가 나가려고 하자, 주인들은 좀 더 작은 방을 1,000불에 해준다고 선심을 쓰려했지만, 나는 이미 헤이코리안을 통해 시세를 알아본 상태였다.


써니싸이드의 거실은 볕도 잘 들고, 맨해튼과도 가까웠지만, 역시 거실을 630불을 주고 쓰는 것은 좀 비싼 편이었다. 3달을 지내고 방을 뺀다고 했을 때, 집주인은-뉴저지에 살고 있는 회계직종에 종사하는 중년의 한국여자였다.- 정색을 하며, 나 때문에 팔려고 내놨던 마음을 고쳐먹고, 월세를 주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나간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디파짓을 주지 않았다.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고 미리 들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디파짓을 못 받은 상태로 거실을 나왔다.


우드사이드, 비록 반지하에 화장실, 샤워실, 부엌을 같이 써야 했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무마시켰다. 침대 머리맡에는 작은 창이 나 있었고, 벽은 노란색이었다. 노란색 벽이 우울의 늪에서 가끔 나를 건져줬다.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며,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을 탐색했고, 카페, 피자집, 한국마트, 타이음식점, 수영장, 공원, 미용실 등의 위치를 파악해 나갔다. 주민들로는 멕시코 사람들이 많았고, 집에서 50미터 거리에 우루과이 주인이 운영하는 펍이 있었다. 나는 2010년 월드컵을 그 펍에서 보았고, 유일한 한국 응원단이었지만, 한국팀은 우루과이에게 2:1로 패했다.


이래 저래 모은 돈으로, 중고 펜더 일렉트릭 기타를 장만했고, 이펙터도 장만했다. 그렇게 써니싸이드의 반지하는 나에게는 작업실이자, 희망 같은 공간이었다. 종종 새벽에 작은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잠을 깨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 별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빛을 따라가


이른 아침 나는

내 지하 방의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잠에서 깼지

아마 그렇게 작은 빛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드는 거겠지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가끔 탈출구를 잃어버려

아주 작은 빛만이 우리에게 이유가 되겠지


빛을 따라가

그게 인생의 해답이야

빛을 따라가

그게 인생의 해답이야


늦은 밤

나는 내 심장을 파고드는

빛나는 별빛 때문에 잠에서 깼어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만의 별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우리 인간 중 그 누구도 자신의 별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어


그건 때때로는 좋고, 또 때때로는 나쁘지

그건 때때로는 나쁘고, 또 때때로는 좋아

니 기분은 지금 어떠니?

만약 좋지 않다면...


빛을 따라가

그게 인생의 해답이야

빛을 따라가

그게 인생의 해답이야

태양이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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