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다 됐네>

육아휴직197일차

by 허공


2021년 8월 17일 화요일, 대체공휴일이 끝난 날이었다.

‘음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주부라면 매일 하는 고민일 것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1주일 내내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반찬을 하기 귀찮을 때는 음식배달을 시킬 때도 있고 외식을 할 때도 있다.

전날에 먹다 남은 치킨이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치킨 볶음밥을 해야겠다.’


평소에 냉장고가 꽉 차 있지 않다. 이것저것 많이 차 있어봤자 나중에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버리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그래서 필요할 때 음식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장모님은 우리 집에 오면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다고 하신다.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는 좋다.

‘음, 볶음밥을 해야 되는데 야채가 양파 1개 밖에 없네’


야채를 사야겠다고 생각해 장보구니를 들고 집 앞에 농협 로컬 푸드로 걸어갔다.

농협은 왠지 농산물이 싸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야채 상태를 보면 그렇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3~4명 정도 와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바구니를 하나 들고 매의 눈으로 야채들을 쳐다보았다. 우선 볶음밥에 들어갈 애호박을 하나 골랐다. 천원이었다. 신선한 놈으로 하나 골랐다. 다음은 양파, 집에 양파가 있었지만 1개 밖에 없었다. 양파는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 6개~7개의 작은 양파가 양파망 안에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가격은 1,900원이었다. ‘싸네’ 양파를 하나 집어 바구니에 넣었다.

다음은 우유, 1등급 서울우유 가격이 2,500원이었다.

‘엥? 옆에 슈퍼에서는 2,700원인데 200원이나 차이가 나네’

무려 200원이나 싼 서울우유 가격, 앞으로 우유는 여기서 산다고 결심했다. 그 밖에도 여러 야채들이 있었지만 야채는 그만 사기로 했다.


이제 조금 떨어진 ‘초록마을’로 이동했다. 처음에 고른 것은 난각 번호 1번이 써져 있는 계란 10구였다. 요새 계란을 많이 먹는다. 예전에는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니 적당히 먹어야 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콜레스테롤은 뇌에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에 계란 6개를 기본적으로 먹고 있다. 또 전에는 난각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싼 계란만 샀었다. 싼 계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좁은 닭장 안에서 사육당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닭들이 낳는 계란이다. 당연히 그런 계란은 몸에도 좋지 않은 것을 모르고 지금까지 먹었었다.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난각번호 1번을 확인하고 계란을 산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음식들,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건강해진다.

난각번호 1번이 써져있는 초란 계란 10구 짜리 하나를 고르고, 복숭아 6개가 담긴 박스 하나를 골랐다. 말랑말랑해 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과일은 제철에 먹어야 맛있다. 지금 제철 과일은 복숭아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복숭아를 잘 먹으니 좀 비싸도 상관없다.


다음은 옆에 있는 두부 전문 가게, 아이들이 도토리묵을 잘 먹어 묵을 하나 샀다. 가격은 4천원, 야채는 잘 먹지 않는데 희한하게 묵은 잘 먹는다.

저녁이 되어 아이들을 하원 시킨 후 아내가 고등어를 구워준다고 했다.

“어제도 치킨 먹었는데 또 먹이기 그러네, 고등어가 몸에 좋으니까 이거 해줄게”

“그래 맞는 말이네”

그러면서 아내는 점심을 덜 먹었다며 남은 치킨 3~4개를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아내에게 서울우유가 200원이나 더 싸다고 얘기해 주니 등을 두드리며 말해주었다.

“이야, 주부 다 됐네!”

“아빠주부지, 아빠주부!"


이제 장을 보더라도 야채와 과일 등의 상태, 가격을 보고, 건강한 음식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산다. 진짜 주부 다 됐다. 물론 음식 솜씨는 아직까지 형편없지만 하나씩 할 줄 아는 게 늘어간다.

‘근데 오늘은 뭘 먹지’

냉동고에 얼려 놓은 소고기가 생각난다. ‘미역국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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