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먹는 생각 했어>

육아휴직 199일차

by 허공


“얘들아 일어나자, 오늘 병원 가야한다”

2021년 8월 19일 아침 7시 50분, 아이들을 다시 한 번 깨웠다. 이미 디즈니 OST 유튜브를 틀어놓았지만 일어나지 않아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외쳤다.


어제는 둘째 행복이 예방 주사 맞는 날이었다. 저번 주에 2종류의 예방 접종을 마쳤고 어제는 무료 접종인 파상풍 주사를 맞는 날이었다. 오후보다는 오전에 맞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하여 아이들을 좀 일찍 깨웠다. 오전에 맞아야 몸 상태도 좋고 혹시 열이 나거나 할 때 대처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침은 간단히 먹이기 위해 삶은 계란를 준비했고 바나나를 먹이려고 했다. 아이들은 일어나 계란을 맛있게 먹더니 시리얼을 먹겠다고 했다. 요새는 시리얼을 잘 주지 않았는데 먼저 먹겠다고 하니 신기했다. 아이들은 우유와 함께 시리얼을 맛있게 먹어 주었다.

“얘들아, 내일 뭐 타고 갈 거야?”

“응, 씽씽이”

어제 미리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유모차가 아닌 퀵보드를 탄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 마음은 갈대, 첫째 사랑이는 신발을 벗고 유모차에 서서 올라탄다.

“사랑아, 너 씽씽이 탄다고 했자나”

행복이 조차 집 앞을 나서 얼마 안 있어 언니가 좋아보였던지 타고 있던 씽씽이에서 내려 유모차를 탄다고 하였다.

“행복아...”

결국 행복이의 퀵보드를 아파트에 세워 두고 유모차에 두 아이를 태우고 병원에 가기 시작했다.

“와하하하하”

아이들은 유모차에 서서 가는 게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이었다. 잠깐 동안의 병원 나들이였지만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어우 뭐야 담배 냄새”

병원에 가려면 거쳐야 하는 아파트 사이 지름길, 갑자기 담배 냄새가 났다. 사잇길을 쳐다보니 어떤 아저씨가 쭈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자 아저씨는 서둘러 일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사람들이 양심이 없다. 담배를 피려면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피면되는데, 주거지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집 안까지 올라가는 걸 모르나 보다. 자기 자식들이 담배 연기를 흡입해도 저렇게 당당히 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병원에 들어가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아이들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과 인형을 들고 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병원 손님이 우리 앞 1명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을 떠나서 마스크와 날씨 때문인지 환자가 별로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행복이 어린이 들어오세요”

책을 한 페이지 읽어주자 금방 행복이 차례가 되었다.

“내가 혼자 들어 갈 거야”

행복이는 울지 않는다는 약속과는 달리 의사 선생님 앞에서 울먹거리며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다.

무릎 위에 간신히 앉히자 옆에 있던 언니 사랑이가 행복이에게 와서 속삭였다.

“행복아, 다른 생각해, 무슨 생각할거야?”

“응, 복숭아 먹는 생각”

언니가 옆에 와서 말해주자 잠시 안정을 찾은 사이, 푸근한 인상의 여 의사 선생님이 왼쪽 어깨에 주사를 놔주었다.

잠시의 울먹임이 끝나고 예방 접종을 마쳤다.

“이야, 행복이 저번에는 울더니 이번에는 거의 안 울었네? 아프지 않았어?”

“응”

“행복이 무슨 생각했어?”

“응, 복숭아 먹는 생각했어”

“아 그래서 아프지 않았어?”

“응”

“그래, 우리 행복이 많이 컸다, 이제 주사 맞아도 별로 울지도 않고”

계절이 바뀌듯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초코 과자 하나씩을 편의점에서 사서 쥐어주며 어린이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얘들아, 가자 원장 선생님이 늦게 오면 문 닫는다”

어른이 되었지만 웃는 아이들과 함께 나도 한 걸음씩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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