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촬영 당일에 예비 신랑 신부가 본인들이 먹을 간식뿐만 아니라 작가와 코디의 간식까지 준비해 가는 관행이 있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작업을 대충 해주려나 설마.
시간대가 식사를 하기에도 애매하고 나나 남편이나 둘 다 불편한 옷을 입고 사진 촬영에 몰두하다 보니 딱히 배가 고프지도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기가 신경 쓰여서 적당히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배달시켜서 사진작가와 도우미에게 권했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아니 오히려 본인들이 산 것 마냥 우리에게 음료를 권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 소문으로만 있는 관행이 아니라는 게 실감이 났다.
아무튼 이번 결혼 준비는 이해할 수 없는 관행과 추가 결제와의 전쟁이었다. 웨딩 앨범과 액자 같은 경우에도, 페이지를 추가하면 얼마, 액자 재료를 고급으로 하면 또 얼마, 이런 식으로 뭐만 하면 추가를 불러댔다.
애초에 낸 돈만 해도 몇백만 원인데 여기에 또 더 많은 돈을 얹고 싶지 않았다. 계속 돈을 쓰다 보니 액수에 무뎌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바짝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추가 없이 끝내려고 애써야 했다.
그래도 스튜디오에서 쓴 92만 원의 돈은 얼핏 듣기에는 꽤 비싼 금액 같지만, 앞서 나열한 웨딩드레스 업체에 쓴 돈과 비교하자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내심 들었다. 물론 추가에 추가를 거듭했다면 저 금액으로 끝나지 않았겠지만, 여러 차례의 추가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기본으로 잘 끝냈다.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 때 빌려 입은 드레스 3벌, 스튜디오 촬영 앨범 1권, 본식 때 쓸 대형 사진 액자 2개, 본식 촬영, 본식 촬영 앨범 3권, 앨범에 들어가는 사진 포토샵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니 저 정도는 나올 만도 하다 싶다. 인건비, 재료값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