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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Jun 30. 2024

엥겔지수 낮추기

6월 한 달 동안의 식비가 무려 50만 원에 육박한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카페도 자주 가고 외식도 자주 하고 먹는데 크게 돈을 안 아낀 것 같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7월에는 식비를 대폭 조정하여 월 10만 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처음에는 10만 원은 너무 야박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그냥 20만 원으로 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이왕 마음먹은 거 조금 과감하게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단순히 돈을 아끼겠다는 생각보다는 소비 패턴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데 의의를 두겠다. 사실 이 금액이 터무니없는 금액일 수도 있지만, 집에 어느 정도 식량을 구비해 뒀기에, 그것들을 활용하고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쌀, 보리, 현미, 기장, 찹쌀, 햇반, 인스턴트라면, 후실리, 스파게티면, 파스타소스, 소면, 레트로트 파우치 국, 스팸, 참치캔, 올리브병조림, 냉동도시락, 떡국떡, 유부주머니, 만두, 카레, 조미김, 건미역, 시리얼, 아몬드, 밀가루, 부침가루, 튀김가루 등이 있다. 소금, 후추, 간장,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올리고당, 식용유, 참기름, 돈가스소스, 굴소스, 마요네즈, 케첩도 있다. 보관기간이 짧아서 빨리 먹어야 하지만 어쨌든 약간의 감자, 양파, 양배추, 토마토, 청양고추, 애호박도 냉장고에 남아 있다.


직접 담근 양파장아찌와 오이양배추피클, 김장김치도 있다. 계란, 멸균우유, 슬라이스치즈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이것들을 소비한다면 한 달 이상도 거뜬히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겠다. 필요시에 과일, 고기, 채소류만 적절히 사 먹으면 될 것 같다. 한 달 동안 식사만 충실히 하고 간식은 웬만하면 안 사먹어겠다. 짜 먹는 워터젤리, 크리스피 아몬드, 볶은 땅콩, 아이스크림, 고구마 말랭이, 봉지 과자, 냉동 떡, 과일주스, 캡슐커피, 약콩두유, 복숭아가 약간 남아있긴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식사를 제대로 하고, 과일 정도를 사 먹는다고 치면, 저 정도 식량 만으로도 군것짓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1. 과일 2만 원


요즘 신비복숭아의 매력에 빠졌다. 제철이라 동네 과일가게에서 잔뜩 갖다 놓고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종종 사 먹고 있다. 집에 약간 남아있는데 대충 이틀이면 끝날 것 같다. 과일을 먹으면 일단 속이 편하고, 다른 군것질거리보다 훨씬 건강할 것이기 때문에, 먹고 싶은데도 돈 아낀답시고 굳이 참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최근에 철분제를 먹고 있는데 철분제를 먹을 때 비타민을 함께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에 의하면 과일주스와 함께 먹으라고 하는데, 가공되고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과일 주스보다는 차라리 그냥 과일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과일 값으로 2만 원 까지는 생각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2. 고기 3만 원


돼지고기 중 비교적 값이 싼 뒷다리살을 사 와서 제육볶음, 김치찌개, 카레라이스, 비빔밥용 다짐육, 돈가스를 해 먹어야겠다. 부위도 중요하겠지만 조리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앞다리살을 5천 원어치 사다가 남편이랑 같이 제육볶음을 만들어서 두 끼에 걸쳐서 먹었다. 고기 양이 첫 번째 끼니 때는 넉넉했는데 두 번째 끼니 때는 조금 모자랐다. 앞다리살보다 뒷다리살이 더 값이 쌀테니 5천 원어치로 2끼를 충족하게 먹을 수 있다고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남편은 아침에 주로 시리얼을 먹고 점심은 회사에서 먹기 때문에 저녁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다.


아무튼 한 달에 10번 정도는 돼지고기의 저렴한 부위를 이용해서 영양가 있는 요리를 해 먹어야겠다. 그 외에는 계란과 가공육 등으로 단백질 보충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가공육을 그리 자주 먹지는 않겠지만, 집에 스팸이 남은 관계로 어쨌든 소비는 해야 한다. 종종 남편 찬스로 집밥 대신 외식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지만, 일단 메인은 집밥이고, 외식을 우선순위에 두지는 말자. 정육점 장은 일주일에 한 번만 보면 될 것 같고 한번 갈 때마다 5천 원을 쓰도록 해야겠다. 7월 한 달은 주 5일이니까 그럼 다섯 번 장을 보고 고기 값으로 2만 5천 원, 넉넉잡아 3만 원까지를 맥시멈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양념은 가급적이면 시판 제품을 사지 말고 직접 만들어서 쓰도록 하겠다.


3. 채소 및 기타 식재료 5만 원


채소 종류로는 양파, 대파, 양배추가 요리에 자주 쓰인다. 대파는 한동안 안 사 먹었는데 요즘 가격이 괜찮은 편이니 사 와서 냉동해 놓고 써야겠다. 생각해 보니 오래전에 전처리 해둔 냉동대파가 냉동실에 조금 남아있긴 하다. 일단 다 쓰고 사야겠다. 당근도 가정에서 자주 쓰이는 채소 종류이긴 한데, 당근은 애초에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요즘 당근 가격이 비싼 편이라서 굳이 사지 않게 된다. 맛은 별로지만 그래도 카레나 볶음 등에 넣으면 색이 예뻐서 좋을 것 같긴 한데, 앞서 얘기했듯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가격까지 비싸니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상 굳이 사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다른 동네 마트에 갔다가 애호박이 굉장히 저렴하고 상태도 좋은 것을 보고 두 개나 사버렸다. 우리 동네 마트는 애호박이 가격도 비싸고 상태도 썩 좋지 않아서 안 사게 된다. 그래도 쥬키니호박이 가끔 싸게 나오던데, 내 입맛에는 쥬키니나 애호박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애호박 대신 쥬니키호박을 사 먹어도 될 것 같다. 양파랑 양배추는 그냥 떨어지는 대로 수시로 사 먹어야지. 양배추는 썰어서 생으로 먹거나 쪄먹거나 볶음 요리에 넣어먹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도가 다양하다.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서 오늘 장아찌랑 피클을 담가봤는데 맛이 괜찮으면 이렇게 자주 해 먹어야겠다.


버섯도 사 먹으면 좋은데, 일단 집에 식구 수도 적어서 한번 사놓으면 자주 해먹지도 않는데, 조금만 보관기간이 길어지면 금방 곰팡이가 펴버려서 버리기 일쑤라 별로 사고 싶지 않다. 그래도 소량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판다면 구입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마트에서 파는 버섯 한팩은 2인 가구에게 생각보다 양이 많다. 그나저나 버섯도 식물로 봐야 하나. 버섯은 균이지 식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동물도 아니고. 어쨌든 지금 이 글에서 버섯이 식물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그냥 채소 카테고리에 넣도록 하겠다. 그 외에 또 뭘 자주 먹나. 콩나물, 무, 감자, 두부, 어묵 등등.


마트 장은 대충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보면 좋지 않을까. 과일 값으로 2만 원을 쓰고, 고기 값으로 3만 원을 쓰면, 이제 남은 예산은 5만 원이다. 5만 원 내에서 채소와 기타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지금껏 한 달에 식비가 얼마가 나오는지 카드 내역만 합산해서 총합계금만 계산하기 바빴지, 세세하게 장 보는데 얼마가 들고 이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식비를 줄이고자 처음으로 예산을 짜고 계산을 해보니 이렇게 대략적인 금액이 나오는데, 사실 이대로 지켜질지는 잘 모르겠다. 계획대로 잘 될지는 일단 두고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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