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 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도 간단히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운송수단에 응용하여 1804년 처음으로 증기기관차가 제작되었다.1830년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 사이에 개설된 철도에 의해 본격적으로 철도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후 유럽 강국들의 경쟁과 함께 철도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넓은 유럽을 이어주는데 철도만큼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는 1899년 일본에 의해 제물포-노량진 구간에 개통된다. 유럽에 비하면 70년 정도는 뒤쳐졌다. 게다가 그 당시의 철도는 일제의 침탈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수송이 주요 목적이었다.
우리의 철도 역사는 유럽에 비해 많이 늦었고, 아픔으로 시작되었지만 머리 좋고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 민족에게 반전의 기회가 온다. 인류는 더욱 빠른 교통수단을 원하게 되고 고속열차의 시대가 온 것이다. 2004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보유한 나라가 된 것이다.(비록 프랑스 TGV 열차를 들여오긴 했지만)
[독일 뉘른베르크 철도박물관의 증기기관차]
의도치 않게 재미없는 서론이 길어졌지만, 역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철도는(특히 고속열차) 익숙한 교통수단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고속열차의 역사가 15년이나 되었지만, 나보다 3살 많은 누이도 아직 고속열차를 타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고속열차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기에 고객들은 역에서 굉장히 다양한 실수를 하신다. 그중 오늘은 시간과 관련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스위스의 고속열차]
EP 1. 시간 착각
열차 출발 시간에 늦어 열차를 타지 못하는 고객은 너무 많다. 많은 사람이 타서 이동하는 열차가 한두 사람 때문에 늦어질 수 없기에 늦게 도착하는 고객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을 착각해서 열차를 놓치는 고객은 안타깝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고객은 17시 열차를 7시로 착각하는 고객들이다. 철도는 정확한 시간 확인을 위해 24시간제로 표기를 하는데, 24시간제 중 다른 시간, 예를 들면 13시를 3시로, 15시를 5시로 착각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하지만, 유독 17시를 7시로 착각하고 저녁 6시쯤 느긋하게 역으로 걸어오시는 분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쓰여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스위스 철도의 기념품 판매용 시계]
EP 2. 날짜 착각
요즘 바쁜 생활을 하며 나도 오늘이 며칠인지, 어떤 요일인지 가끔은 잊어버린다.(절대 나이 먹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아주 미미하게 작용할 것이다) 나와 같이 가끔 날짜를 착각하셔서 이미 지나버린 날짜의 열차표를 들고 매표창구로 찾아와 애처로운 눈빛으로 구원을 청하는 고객들을 보면 어떻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열차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 이후에는 1원 한 장 환불이 불가능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심지어 며칠 전 운행을 마친 열차의 경우에는 더더욱...
[스위스 열차의 그라피티]
역에서 근무하며 많은 글감을 모으고 있지만, 이제 고작 두 번째 글이기에 이번 편에 다 풀 수는 없다. 다음 편은 조금 더 재미있고 강력한 에피소드를 풀어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