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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May 05. 2017

까만 거실의 말소리




부모님은 거실에 누워 잔다. 나와 형은 방을 쓴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연신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형제와 달리 두 분은 일찌감치 불 끄고 자리에 눕는다. 

나는 어깨가 결리고 눈이 뻑뻑해질 때서야 잠을 청하곤 하는데, 문득 열린 문 틈 사이로 말소리가 들린다. 작고 낮은 것들이 간간히 오고간다. 한숨. 느린 침묵. 툭툭 끊기는 염려와 체념. 그런 것들. 그렇게 다가오는 것들. 까만 거실에 미처 잠들지 못한 이야기들이 헤매는 밤이 있다. 거기 눌러붙은 그간의 피로와 종일의 수고가 나는 밉다. 어떤 내용일까,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음에 안도하는 내가 지겹다. 

밤을 가파르다고 적는다. 견뎌야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야 아침이 오기 때문이겠지. 매일 밤 우리 집 불 꺼진 거실에서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여전히 눈 치켜뜬 불면의 소리들. 그리하여 모든 견디는 것들의 시간. 우리는 기어이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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