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김 Nov 07. 2020

다 하지 못한 말

 잘 지내요? 전 요즘 필사하는 게 취미에요. 좋은 시와 노래를 적으며 화자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느껴보는 거에요. 내리는 비가 너무 촉촉해서 누군갈 보러 가고 싶고, 꽉 막힌 도로에서 누군가 떠오르기도 하고. 마음이 전해져요. 그러다 너무 많이 올라오면 마음을 식히려 잠깐 밖을 보죠.


 어제는 아이유 밤편지를 필사했어요.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를 쓰다 당신이 이 노래를 불러줬을 때가 떠올랐어요.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준 거구나. 나를 이렇게 아껴줬구나. 고마웠어요. 그래서 저도 당신에게 밤편지 한 구절 읽어줄 거예요.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줄 수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달이 뜨고 호수에 윤슬이 반짝거릴 때 제가 사랑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때 제가 꺼낸 사랑이란 말은 비겁한 말이었어요. 내 안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어서 단 두 글자로 말한 거니까요. 다 전해줘야 하는데 일부만 전한 거니까요. 그 재잘거리는 여름밤과 제 눈에 일렁이는 당신 모습을 더 넣었어야 했는데 아쉬워요. 지금 내 마음이 그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하지 못 한 말들이 달그락거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