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구글 지도, 애플 에어태그, 그리고 소매치기

by 김연큰

이번 편은 여행 중 주의할 점에 대해 다루려 한다.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데, 공통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도구는 도우미일 뿐, 맹신하지 마세요.


여기서 다루는 도구는 구글 지도, 애플 에어태그, 그리고 소매치기를 방지해 준다는 각종 아이템들이다. 구글 지도는 이미 해외여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이고, 길 안내나 명소 및 맛집 검색에 사용한다. 애플 에어태그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유용한 소지품 위치추적 도구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소지품에 애플 에어태그를 달고 아이폰과 연결하면 '나의 찾기' 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소매치기를 방지해 준다는 아이템은 자물쇠, 특수 제작된 지퍼가 있어 쉽게 열 수 없는 작은 가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구글 지도


체코에서 프라하성을 갈 때 겪은 일이다. 구글 지도에서는 다섯 정거장 이동 후 하차하라고 안내하는 반면 ChatGPT는 더 가는 것을 권했다. 둘 중 어느 쪽을 택해도 도보로 약간 이동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고, ChatGPT가 추천한 경로의 경우 구글 지도에서 안내한 것보다 두 정거장을 더 간다. (아래 스크린샷은 22번 트램과 23번 트램으로 안내되지만 두 트램 모두 프라하성까지는 동일한 정류장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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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구글맵에서 안내한 경로 (우) ChatGPT가 안내한 경로

결론적으로는 ChatGPT가 추천한 경로를 선택했다. 구글 지도는 시간과 거리 기준으로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한 것이라 '인간의 수고로움'에 대한 고려는 없어 하차 후 오르막길을 걷는 경로였다. 반면 ChatGPT가 안내한 경로는 보다 잔꾀를 부린 경로여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트램으로 오르막길을 다 올라간 후 도보로는 평지를 통해 가는 경로였다. 아마 누군가 이런 경로를 알아내서 꿀팁으로 퍼뜨렸을 것이고 GPT는 그러한 내용을 학습했기에 안내했을 것이다. 인간의 집단지성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한편 이런 정보를 제공한 누군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구글맵은 교통 측면에서는 유용하지 않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City Bus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이동하는데 이에 대한 안내가 제공되지 않는다.

두브로브니크를 운행하는 City Bus 정보는 구글맵에서 안내하지 않는다.

좌측 스크린샷을 보면 대중교통 안내로 선택했음에도 도보 이동 안내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른편 사진과 같이 정류장에서 City Bus Map을 찍어두거나 아니면 버스 앱을 별도로 내려받아 사용해야 한다. J와 P는 사진을 찍어 이용했다. 버스 노선이 복잡하지 않고 각 정류장에서 버스 도착 시간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굳이 별도의 앱을 사용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에서도 구글 지도는 여전히 유용하다. 새로운 장소 발견에 도움이 된다. 훗날 소개할 스르지산 석양도 구글 지도 덕분에 더 멋진 장소에서 쾌적하게 볼 수 있었기에.



애플 에어태그


J와 P 모두 백팩과 캐리어에 애플 에어태그를 부착하고 아이폰과 연결해 두었다. 사실 백팩은 부차적인 것이었고, 캐리어에 문제가 생길까 봐 달아 둔 것이 주목적이었다. 헝가리로 출국할 때 및 크로아티아에서 귀국할 때 모두 한 번의 경유를 거쳐야 했는데 이때 짐이 엉뚱한 항공편으로 실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자 했고, 체코 프라하에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로 이동할 때에도 짐이 잘 실렸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로 항공기를 탈 때 짐이 잘 실렸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는 만족스러웠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에서 두브로브니크로 이동하던 날, 두 사람은 버스를 이용했고 분명히 버스 짐칸에 둘의 캐리어를 넣었다. 그런데 무슨 오류인지 두브로브니크로 도착하기 30여분 전, P의 캐리어가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는 경고 알림이 떴다.

(좌) 애플태그 오류가 발생하여 경고가 떴을 때의 모습 (우) 다시 확인했을 때 정상화된 모습

P는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버스 짐칸에 캐리어를 넣어둔 것은 확실했고 그렇다면 버스 짐칸에 문제가 생겨 짐이 떨어진 것이 아닌 이상 오류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무엇보다 실제로 버스 짐칸에 문제가 생겨서 짐이 떨어진 것이라면 본인 것만 떨어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분명 버스 기사께서 알아채고 버스를 멈추었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P의 추측은 맞았다. 약 십 여분 후 다시 앱을 확인해 보니 두 물품 모두 사용자가 소지하고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P는 안도의 한숨을 쉰 한편 이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계속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소매치기


J는 여행 전부터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소매치기를 예방해 준다는 물품들을 알아보고 다이소 매장에 가서 도움 될만한 물품을 보기도 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각종 소매치기 방지용품

P는 이런 J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물론 J가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에 민감하고 한 번 잃어버리면 그에 집착하는 성격을 알기에 어느 정도 인정은 했지만 '불필요하게 돈을 쓴다'는 표현은 했다. 별의별 아이템을 사는 걸 보며 '자물쇠까지는 인정하는데 이건 투머치(too much)다. 최대한 이런 걸 티 내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데 너 때문에 나도 타깃 되겠다'며 툴툴댔다.


실제로 P는 소매치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방을 사느니, 내가 평소 편하게 여기는 가방을 들고 다니되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매치기를 예방한답시고 이것저것 칭칭 둘러대는 것이 오히려 여행자 티를 내서 더 목표물이 되기 쉽다고 생각했다. P는 이미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두 나라-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스페인 현지인에게 얻은 팁이 꽤 도움이 되었다. 그 팁인즉슨 최대한 현지인처럼 다니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자 티'를 내지 말라는 의미다. 여행자 전용 가방을 들고 다닌다든지, 두리번거린다든지,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본다든지. 그래서 튀지 않는 무난한 옷을 입고, 평범한 에코백을 들고 다녔고, 공개된 장소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건 최소화했다.


J의 반론도 납득 가능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밖에 없는 본인 입장에서는 여행자 티가 안 날 수가 없다는 것. 본인은 카메라로 최대한 여행지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담고 싶으니 이러한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한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또한 맞는 말이었다. 즉, J와 P는 서로 처한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둘의 다른 가치관이 충돌한 사건이 한 번 있었으니, 오스트리아 빈에서 할슈타트로 이동하는 기차에서였다. 정확히는 빈에서 암스테텐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잘츠부르크행 연결편으로 갈아타야 했다.


이미 부다페스트에서 빈에 갈 때 기차를 탄 적 있지만 그때 한 시간 이상 크게 지연이 된 탓인지 J는 다소 안절부절 상태였다. 그때처럼 연착되면 연결편은 어찌 되는 것인가 불안했던 탓이다. P는 '이 열차가 연착된다면 연결편도 연착될 게 뻔하다. 그게 유럽의 열차다.'라고 했지만 J의 걱정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탑승했던 OBB railjet

또한 운 좋게 캐리어 등 대형 짐을 놓는 공간의 바로 옆 자리를 앉게 되었음에도 J는 계속 소매치기 걱정을 했다. P가 백팩에서 물병만 꺼낸 후 자리 위에 있는 짐칸에 백팩을 올리자 J는 '저런 경우도 훔쳐간다던데'라고 읊조렸다. P는 슬슬 짜증이 났다. 연결편에 대한 걱정 및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은 'J의 성격이 저러니까 별 수 없지' 식으로 넘어갔지만 본인의 행동을 지적하는 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본인도 '조심하면 오지 않는 게 소매치기고 방심하면 오는 게 소매치기'라는 생각으로 충분히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반대로 너무 태평한 P가 걱정되다 못해 짜증이 나는 건 J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저런 경우도 훔쳐간다던데'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겠는가?


뭔가 폭발 직전의 상황 같았지만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일단 기차라는 공간에서 시끄럽게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어떤 일행이 와서 여기가 본인들 자리라고 우기는(?) 사건이 벌어진 바람에 둘의 충돌은 어영부영 넘어갔다. 물론 자리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앙금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둘 다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하고 넘어갔다. 사실 두 사람의 이런 점이 J와 P가 잘 지내는 방법이었다.


결론적으로 둘은 별 일 없이 연결편을 잘 탑승하여 할슈타트에 도착했고 소매치기를 당하지도 않았다. 이후 여행도 마찬가지로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은 없었다. J는 J의 상황에서 대처를 잘했고, P는 P의 상황에서 대처를 잘한 덕이 아니었을까.




위 세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도구는 있으면 편해지는 것이고 상황에 맞게 쓰면 매우 유용한 것이다. 다만 그것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활용하되 결국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금융 상품에서 흔히 보는 말이 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문구다. 투자를 하기 전 숱한 정보들이 오고 가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하고, 설사 투자에 대해 실패했다고 해서 그 정보 탓을 할 수는 없다. 사실 투자뿐 아니라 인간이 행하는 것들이 대개 그러하다. 최종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행동이 불러오는 결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행동의 주체는 본인이며, 책임도 본인에게 있으므로 도구를 활용하되 전적으로 믿지는 말고 때론 의심하라는 것. 여행에서도 그런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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