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자"가 말이 되니?

by kim ssun


주말 저녁, 친정 가족들이 모여 아빠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요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조카는 영어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영포자예요."

세상에,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던가. 사실 아이는 영어를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아이에게 그 말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을 티비에서 그렇게 불렀다며 해맑게 말했다.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단어에 내가 지레 놀라 그런 단어를 쓰면 안되는지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단순히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이야기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노력하고 배우는 과정 속에 있는 거야. 계속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게 되는 거고, 혹시 끝내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다른 것들이 있어."

아이를 다독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영어가 뭐길래.

아이는 일주일에 3번 화상영어를 한다. 아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바로

I don't know

모른다는 말은 부끄러운 말이 아니다. 모를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참 용기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일에 모른다고만 하는 태도가 참 날 속상하고 화나게 만든다.

사실 알고보면 영어를 못하는게 속상하고 화나는게 아니라 아이의 딴짓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그 태도가 문제인것이다. 순간 나는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뒤돌아 보았다.


아이가 말할때 나는 집중하고 있었는가?

아이가 놀자고 할때 진심으로 함께 했던가?

아이가 재밌는 이야기할때 정말 웃었는가?


참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집중하지 못하고 놀려고만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를 뒤돌아 본다.

결국 아이의 변화는 부모에서부터 나온다고 했다.

내일은 진심으로 아이와 소통하며 집중하고 지내봐야겠다.

(나의 이 다짐이 다음화를 쓰는 순간에도 지켜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나도 친구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