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카츠 <MODEL&DANCERS> 롯데뮤지엄 2018년 10월에
알렉스카츠 작품의 첫인상은 너무 심심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껏 친구와 대화를 하려고 만났는데 친구는 저 하늘에 구름이나 보자며 한가하게 먼 그곳을 응시하는 느낌? 그래서 처음엔 그 심심한 느낌 때문에 실망감이 컸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보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심정으로 첫 번째 섹션에 머물렀습니다. 댄서를 그린 작품들은 얼굴만 확대되어 있거나 동작은 팔다리가 프레임에서 잘려나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그림들을 보다가 그가 포착하는 순간의 세밀함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것은 한 모델의 다양한 표정을 표현한 작품 때문이었습니다. 입술의 모양, 콧구멍의 모양, 눈의 감김새, 눈썹의 벌어짐 등…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그 그림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통해 서로 다른 동작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동작만 표현된 작품들은 손동작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인물의 표정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동작과 표정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 그림들에서 가장 재미있던 그림은 얼굴만 크게 표현된 댄서의 표정이었습니다. 눈썹의 움직임과 입술의 움직임, 눈의 모양 등을 통해서 마치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있는 댄서의 순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단일 터치가 그러한 순간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 주면서 들리지도 않던 전시장의 음악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와우. 구름을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는 친구를 만나는데 대화가 무슨 소용일까요. 그저 친구의 얼굴을, 그가 응시하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을까요.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내 사랑>을 보면서 모드의 작품들이 유치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나가면서 그 유치함이 주는 따뜻함과 동심에 서서히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내 사랑>을 봤던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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