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가나아트파크 2018년 11월에
작품 ‘마릴린 먼로’는 오랫동안 내 시야에 자주 등장했다. 처음 미술 교과서에서 그 작품을 접했고, 텔레비전을 통해, 신문을 통해, 또다시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그렇게 무수히 맴돌던 앤디 워홀의 작품은 그날 양주에서 실제로 내 앞에 놓이게 되었다. 늘 말로만 듣던 어떤 대상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이라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렀다.
도트로 이루어진 말끔한 점들이 정갈하게 명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앤디 워홀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반복함으로써 그것을 다시 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비로소 내 앞에 놓인 그것은 앤디 워홀이 반복을 통해 실제를 지워버린 대중 이미지였다. 오랫동안 내게 사본으로만 보이던 작품의 실제가 사실은 실제를 지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지는 묘한 순간이었다.
대중의 욕구에 맞춰 진행되는 반복되는 스타의 이미지.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상화하는 순간에 진짜로 만들어 버리는 대중의 욕망은 지금도 진행형에 있다. 허구 이미지를 본질로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미디어의 속성이 우리 시야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앤디 워홀이 만들어낸 가짜 ‘마릴린 먼로’는 역설적으로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지워버린 채 남게 되는 진짜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