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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Oct 13. 2021

대기만성의 조건


1. 나는 젊은 시절보다 10년 전이 낫고, 10년전보다는 지금이 더 나은, 그리고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나아지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간인데 그게 나만 그런건 아니고 한 우물을 계속 파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공부라는 것이 축적이 되면 그것이 사라지는게 아니기때문에 그 경험이 쌓여서 공부의 효율을 높혀준다. 예전에는 몇달을 걸려도 해결하지 못할 것들도 지금은 초반에 견적이 대충 나온다. 


2.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대기만성이 되는건 아니고 대부분은 중간에 성장을 멈춘다. 대기만성의 조건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1) 환경 (2) 체력 (3) 자세 이렇게 세가지일 것 같다. 환경이라는 것은 나무로 치면 토양과 같은 것으로써 내가 위치한 곳에서 지속적인 지적 자극과 자양분을 받을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박사과정 학생이 없거나 주변 동료들이 학문적 자극을 주지 않는 곳에서는 조로하기 쉽다. 


3. 체력도 중요하다. 나이 50이 되어보니 눈도 침침하고 수면도 깊지 못해서 콘디션이 좋은 날이 별로 없다. 그런 육체적 한계가 (높아진 효율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하지 못하는 방해요인이 된다. 게다가 큰 병이라도 걸리면 대기만성은 커녕 생존 조차도 불확실해 지는 것이기에 몸을 사리게 된다. 


4. 자세, 즉 심리적인 요인도 나의 성장을 방해하기 쉽다. 하나는 자만심일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허무주의일수도 있다. 인간의 그릇이 작으면 쉽게 자만한다. 그런 자만심은 오히려 눈치채기가 쉬운데 허무주의는 좀더 교묘하다. 그건 어느 단계에 오르면 학문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의심해 보는 것인데 이는 자기의 무능이나 게으름을 감추기 위한 자기기만적 요소가 제법 있다. 그런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이 적기에 대기만성형 학자가 드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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