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차이
연초에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코로나 때문에 밀렸던 일을 몰아서 하느라 넘쳐서 쌓였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느꼈던 점은 여기는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 것 같다. 여기서도 물론 개인차는 있다. 나는 초스피드로 업무 절차를 자동화 간소화해서 나 혼자서 두배 세배 일을 할 수 있도록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화장실도 참고 불안한 마음에 조급해져서 계속 일을 하게 되는 것. 나는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자 야근을 한다고 집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야근=추가 수당이므로 허가를 안 해준다고 해서 출근을 한두 시간씩 일찍 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그게 당연했다.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 안되면 되게 하라는 명언을 되새기며.
무슨 말이냐면 한국에서는 뭔가 업무가 쌓이면 나도 그렇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일이 쌓이면 미루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내 업무는 내가 처리하고 여유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업무도 도와주고 상부상조로 서로를 위해 함께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여기서는 업무 자체가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철밥통이라 그럴 수도 있다. 시간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계속 계속 밀려 쌓이고 쌓이는 업무는 나중에 시간 날 때 팀장이 재분배한다던지 언젠가는 누군가가 할 것이라 스트레스받지 않고 여유롭게 생각하는 것.
나와 같은 업무를 보는 어떤 동료는 팀장님께 바로 가서 나는 지금 몰려오는 일을 다 못하니 이 업무와 저 업무는 다른 사람에게 분배를 하거나,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은 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주지 마세요 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것. 그리고 그 동료는 출근은 거의 매일 일찍 하는데 와서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출근시간까지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한다.
이 동료는 정말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맞다 일을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초반에는 왜 일을 다 안 끝내지? 얘가 안 하면 나한테 다 넘어올까 봐 불안 불안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남은 일들이 내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 안 해도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도 된다.
이것도 못하냐 가 아니라 너는 이 정도 할 수 있구나 우리 업무에는 이만큼이 더 요구되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그동안은 업무 분배를 다시 정해줄게.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 나는 왜 이거밖에 안될까 가 아니라 내가 최선을 다해 업무시간에 집중하면 이만큼 할 수 있구나 자신의 능력치를 정확히 알고, 근무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일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휴가나 병가도 자신의 권리라고 당당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프면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 그런 공백을 처리하라고 팀장이 있는 것이다.
나는 직원 중 하나로 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내가 없다고 이 회사가 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만약 내가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갈 정도라면 그 회사가 이상한 것. 어느 한 직원이 공석이어도, 교체되더라도, 실수를 하더라도, 그런대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의무인 것이다.
무슨 일처리를 이렇게 하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면들이 있었는데 그것도 다 개인의 일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또는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