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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04. 2022

조커의 자기 연민과 헬조선의 역군들

미국 vs 한국, 일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

안녕하세요 : )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일처리 방식의 자잘하지만 확연한 차이점들이 떠올라 적어보려 해요.


이전 글에서 한국 회사와 미국 회사의 알바 보수 지급 방식의 차이에 대한 단상들을 나눴어요. 이번 글에는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각기 다른 마음가짐들을 쓰려고 해요. 물론 전부 저만의 뇌피셜임을 감안하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https://brunch.co.kr/@kim0064789/380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주역을 생각하면 한강의 기적을 빼놓을 수 없죠! 광복과 휴전 이후 반세기 만에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또 산업화와 동시에 민주화도 발전시키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그 기적의 유산으로, 우리나라에는 노오력 과잉, 책임감 과열, 감정노동 과중, 결과주의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도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 더욱더 살기 좋은 사회,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거예요 : )




1. 눈치 보지 말고 편안히 본인 능력을 발휘하세요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한국 회사의 특징은 모든 직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는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어, 신입사원도 대학교육이나 업무 관련 자격증 등의 스펙이 상당하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눈치와 센스와 배려까지 겸비하고, 직장 상사나 동료 후배와의 관계에서도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새로운 직원의 능력을 믿고,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보다는 "어깨 너머로 배우는 거야" 또는 "느낌 아시죠~?" 로 인수인계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요. ㅠㅠ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또는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라며, 다 아는 이야기인데 모르는 사람이 이상하게 되는...


반면에 제가 겪은 미국 회사는 대부분 문서화되어, 정말 친절하게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인수인계서가 작성되어 있더라고요. ㅎㅎ 정확한 업무 분배와 명확하게 책임소재도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맡았을 때, 한국에서는 항상 '정답'이 있어서 그에 맞춰서 뭐든지 해야 했어요. 본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주세요! 라는 가이드라인에 진짜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해놓으면... 진짜 소리 소문 없이 제가 한 일이 사라지고, '정답'의 일처리로 바뀌어 있습니다. ㅠㅠ

 

차라리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지시해주시거나, 중간에 피드백을 주시거나, 또는 수정을 하겠다는 통보라도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야 저도 회사가 원하는 일처리가 무엇인지 더욱 자세히 알고, 바로 시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ㅠㅠ 저는 일을 했는데도 한 일이 없는... 그런 상황이 종종 있었어요 ㅠㅠ


저 같은 보통(?)의 사람은 아무래도 하나씩 배워가는 게 마음이 편하죠. 욕먹으면 상처받으니까요 ㅠㅠ



https://brunch.co.kr/@kim0064789/363

https://brunch.co.kr/@kim0064789/13




2. 그렇게 깊은 뜻이!





제가 미국에 출장 오시는 분들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통역 알바를 가끔 하는데요. 일이 끝나면 거의 매번 듣는 한 마디가 있어요. "미국도 별 거 없네~" ㅎㅎㅎㅎㅎ 어쩌면 그분들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나 국수주의, 그리고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한 사대주의라는 양가감정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여요.


미국에 어떤 막연한 기대를 갖고 출장을 오시는 분들을 보면, 막연히 미국에서 더 효율적이고 더 개발된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큰 규모와 그에 걸맞은 영향력도 물론 있겠지만, 아주 가깝게는 업무를 설명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영문으로 된 정부기관 보도자료나 사업 보고서를 보면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등등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부터 강조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죠.


반대로 한국은 결과지상주의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수치화된 명확한 결과를 더욱 중시하고, 그로 인한 성패가 갈리죠.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더라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과정이 무의미하게 평가받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차이로 인해, 한국식으로 영문 자료를 보면 이렇게 해야 한다 = 이렇게 해냈다 라고 약간의 기대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나 잘했나 보자 하고 왔다가 실상은 우리나라보다 못하니까 실망하시는 것 아닐까 생각돼요 ㅜㅜ


예를 들어,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원론적인 접근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보존하는 방법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길게 보면 그 기본적인 방법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죠. 


비슷하게, 3대 감염병 퇴치를 목적으로 전 세계가 협력한다면 그 노력 자체가 의미 있는 것으로, 감염병 예방으로 인해 해당 질환 사망률이 낮아졌다면 성공적이라 볼 수 있는 거죠. 만약 목표하는 투자금액이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감염병 퇴치와 예방이며 그 의미는 퇴색되지 않겠죠. 







3. 우리가 일을 제일 거지같이 하니까





한국 회사와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일처리 방식의 다른 점은 완벽의 기준이에요.


한국 회사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일처리가 정말 효율적으로 잘 처리된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한국은 상향평준화가 되어있고 결과가 중시되면서, 완벽의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여기에는 외적인 부분도 포함돼요. 


반면에 미국은 그냥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고 보는 것 같아요. 아무리 더러워도 아무리 엉망이어도 계속 씁니다 망가질 때까지 ㅠㅠ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마감까지 정말 잘해주시는 게 당연하죠. 화장실과 부엌에는 실리콘 마감, 벽에는 몰딩까지, 창호 역시 빈틈없이 마무리 해주시잖아요. 미국에서는 추가금액을 내고 집주인이 공사를 감독하지 않는 한 그런 럭셔리는 없더라고요 ㅜㅜ 저희 집 화장실은 곰팡이가 점령, 창문엔 빈틈이 슝슝, 페인트 벽에는 금이 쩍쩍...


또 다른 예로는 진짜 사소하지만 공문을 작성하는 방법이에요. 한국 회서에서는 공문 작성 시 형식이 정해져 있어서 그 형식에 맞추기 위해 자간을 줄여서 한 줄에 맞추거나 한 장에 맞추거나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형식이 있긴 한데, 그 형식도 보고서마다 다르고 보통 줄줄이 길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여러 장으로 분량이 많아요. 타자기로 작성된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요. 보이는 것보다는 안의 내용을 더 중요하게 봐요.


그래서일까요, 미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던 칭찬부터 받는데,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면 보통 단점부터 지적을 받아요 ㅠㅠ 물론 이걸 고치면 더욱 완벽한 결과가 되니까 저를 위해서 해주시는 말씀이지만요... 언젠가 보고서를 하나 제출했었는데 폰트만으로 탈탈 털렸던 ㅠㅠ 




4.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니?





한국 회사에서 출장 오시는 분들 중에는 한국식으로 식사를 접대하고 선물을 주는 것으로 공적 네트워킹을 하신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또는 회식이 복지의 일환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을 본 적도 있어요.


이게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거면 모를까, 부탁을 들어준다거나 우선권을 준다거나 하는 대가를 바라다가 원망(?) 하시는 분을 많이 봤어요. 한국에서는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호의를 베풀면 은혜를 갚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여기기에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죠 ㅜㅜ


이곳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즈니스 적인 관계라도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친절할 수 있고 그것이 이상적인 관계라고 봐요. 그리고 서로 전문가인데, 서로의 업무 영역을 존중해주는 것이 업무 외 시간에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보다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5.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저는 한국에서도 사무직으로 근무했고, 이곳에서도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데요. 민원 응대를 하다 보면 정말 특이하신 고객님이 어디든 항상 계세요 ㅎㅎ


한국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건물에 왜 비료포대를 놓냐고 전화로 소리소리 지르시는 분이 계셨거든요 ㅋㅋㅋㅋㅋ 평소 같았으면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을 텐데, 하필 그날이 제가 퇴사하는 날이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타격감 제로 ㅋㅋㅋㅋㅋㅋ 그때는 그 진상 민원인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ㅋㅋㅋㅋㅋㅋ 어떤 분이 저희 사무실이 마음에 안 든다며 소리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ㅋㅋㅋ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마음에 안 드는지 여쭤보니 저희 사무실 업무도 아닌 다른 일에 불만을 가지셨어서 설명드렸더니, 너네 잘못이 아닌 건 아는데 그냥 화풀이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시고 전화를 끊으시는 분도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어디서나 진상은 똑같이 존재하는데, 대응법이 상당히 달라요. 한국 회사에서는 보통 "고객이 왕이다" 라는 개념이 아직 잔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불만사항이 생겨도 "진심 어린 사과" 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회사에서도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그냥 직원에게 사과하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도 있었어요. 


이곳은 진상 고객님이 등장하면 직원이 아닌 팀장님이 대응하시고, 바로 경찰부터 호출합니다. 저는 진짜로 경찰이 출동하는 걸 보고 정말 마음의 안정을 얻었어요. 한국에서는 절대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 했거든요. 사실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진상 고객님이 계시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잖아요. 원칙이 있고, 아주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조커 자기 연민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한국 와서 누구나다 그렇게 살아, 다 힘든데 참고 사는 거다, 같은 명언 폭격들은 후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그러다 지치면 힘들어도 괜찮아로 힐링하고 인형 뽑기로 소확행 챙긴 다음에 국밥 한 그릇 뚝딱하면 맘도 몸도 바로 따뜻해질 듯."




이곳에서 3년 넘게 일하면서, 어쩌면 저도 유리멘탈이 돼가나 봐요. 저희 회사도 부서마다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지만, 이곳에서 너무 잘 적응해버렸어요 ㅠㅠ


기본적인 원칙들이 지켜지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정착되길, 그리고 우리도 더 이상 부당한 상황에 참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할 수 없다고 믿는 것들을 실제로 해내면서,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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